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소행으로 드러난 네이버 댓글 조작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파워블로거가 포함된 3명의 범인이 보수 진영의 소행으로 꾸미려고 댓글을 조작했다고 진술한 점은 충격적이다. 더구나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과 접촉했던 것으로 드러나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억측과 음해에 터잡은 정쟁 상황이 확대되지 않도록 진상 규명을 위한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파문은 지난 1월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 비판적인 댓글에 불과 몇 분 동안 수백 건의 공감 클릭이 이뤄진 게 발단이다. 당시 나꼼수 출신의 김어준씨 등 진보 진영에서는 보수 진영의 댓글 조작 및 공격 의혹을 거론했고, 민주당은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그러나 경찰 추적결과 범인은 어이없게도 민주당에 당비를 주기적으로 납부하는 권리당원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과거 보수 정권의 댓글 조작과는 성격이 다르다. 범인들은 댓글을 자동으로 올리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했고, 경찰에서 “보수 쪽에서 한 것처럼 보이려고 조작했다”고 진술했다. 자기 편에 유리한 정보를 흘려 여론조작을 한 기존 범죄와 달리 상대편 소행으로 가장하기 위해 댓글을 조작했다. 애초 국가정보원의 대선 댓글 조작 사건을 염두에 두고 보수 진영의 소행을 의심했던 민주당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범인 중 한 명인 김모(48)씨가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친여 성향의 파워블로거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김씨가 네이버 상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가 1,0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문제는 김씨가 대선 과정에서 김경수 의원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난 점이다. 김 의원은 “대선 때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해놓고 뒤늦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반감을 품고 불법 매크로를 사용해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씨가 요구한 무리한 대가는 오사카 총영사 자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김 의원이 이 과정에서 수백 건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야권은 “문자내용을 공개하라”며 특검 도입까지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의 여론 주도력을 악용하는 댓글 조작은 건전한 여론 형성을 저해하는 반민주적 범죄 행위로,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 이번 사건은 여론을 이중으로 호도한 점에서 죄질이 더욱 나쁘다. 현재로선 범인들의 개인적 일탈인지 배후가 개입된 조직적 범죄인지 불확실하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엄정한 보강 수사를 통해 범행 동기와 배후를 철저히 규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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