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기 안산 단원고서 추모행사
“강자에게 더 강해질 것” 다짐
“살갑게 다가가는 동생이 아니어서 미안해. 다정한 동생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해”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다시 봄, 기억을 품다’ 추모 행사장은 차디찬 바다에 오빠를 잃은 한 여동생의 편지가 울려 퍼지면서 금세 눈물바다가 됐다. 호정양은 이날 친구에게 대신 읽게 한 편지를 통해 4년 전 수학여행을 갔다가 하늘나라의 별이 된 오빠에게 생전 말하지 못했던 애틋한 사랑을 읊었다.
3개월 동안 말도 안 하다가 수학여행 가기 전 날 말하고 싸워서 보냈다는 호정양은 “내가 수학여행 가기 전에 오지 말라고 그랬잖아. 나 때문에 진짜 돌아오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슬프다”고 울었다.
그는 “잘 다녀오라고 인사라도 하고 보낼걸…. 마지막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호정양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힘들어 보고 싶어 죽을 것 같다”며 “우리 다음 생에도 엄마아빠의 아들, 딸로 오빠, 동생으로 만나자”고 약속했다. 어린 여동생의 애달픈 편지가 단원고 4층 단원관 행사장에 무거운 외침으로 울려 퍼질 때 600여명의 재학생과 선생님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고 또 닦았다.
호정 양에 앞서 선배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은 단원고 2학년 여학생은 “자신들의 지나친 욕심이 사람을 해쳤고 그 욕심이 깊은 상처를 내어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음을 꼭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책임을 다하지 못한 어른들을 당차게 나무랐다.
그러면서 “선배님과 선생님들의 희생이 절대로 잊히지 않도록 끝없이 노력해 대신 꿈을 이뤄나가겠다”며 “아무 힘없는 약자를 이용해 다치게 하는 강자에게는 더욱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편지 낭독에 이어 단원고 방송반은 세월호 참사 당시부터의 영상을 상영했다. 눈물과 분노, 그리움이 교차했다. 단원고 학생 30여 명으로 꾸려진 추모 합창단은 세월호 추모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먼저 간 선배들에게 노래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잊지 않겠다”는 외침과 눈물이 가득했다.
행사를 마친 참석자들은 정부 합동 영결ㆍ추도식이 열린 화랑유원지까지 행진했다. 단원고 학생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희생자의 아픔과 우리들의 아픔이 나아지길 바라며,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지 않게, 항상 기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단원고에서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250명과 교사 12명 등 모두 262명이 희생됐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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