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현파 “편목편입 자료
대법원이 알아보지 못했다”
반대파 “편입 때 신학생인지
목사인지 명확히 지적한 판결”
서울 서초동의 대표적 대형 교회인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를 둘러싼 소송에서 대법원이 오 목사에게 목사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오정현파와 반(反)오정현파 간의 다툼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사랑의교회 신도 9명이 오 목사 등을 상대로 낸 담임목사 위임결의 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목사후보생 자격으로 편입학시험에 응시했고, 학적부에 미국 장로교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경력이 기재돼 있지 않아 목사후보생 자격으로 일반편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가 일반편입을 했다면 노회의 목사 고시를 거쳐 안수받지 않았기 때문에 교단 헌법이 정한 목사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논란의 시작은 오 목사의 모호한 과거 행적이다. 오 목사는 2003년 옥한흠 목사가 개척한 사랑의교회 담임 목사로 부임했다. 사랑의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예장합동)는 목사가 되려면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일반편입한 뒤 목사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일반 신학생들이 밟는 코스다. 교리가 비슷한 다른 교단에서 이미 목사 안수를 받았다면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편목편입이라는 별도 과정을 거쳐 목사 자격을 준다.
오 목사의 경우 1986년 미국 장로교의 한인서남교회에서 목사안수를 이미 받은 뒤 2002년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갔고 그 뒤 사랑의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대법원이 지적한 것은 오 목사가 서류는 일반편입처럼 제출해놓고, 정작 신학대학원에서는 이미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들 거치는 편목편입 과정을 밟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사랑의교회 내분과 함께 불거졌다. 오 목사의 취임 이후 교회 운영 방향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반대파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교회의 중심축을 기존 강남역 인근 예배당에서 대법원 맞은편 서초동에 신축하는 새 교회로 옮기는 과정에서 양측 갈등은 더 고조됐다. 오 목사 반대파들은 ‘사랑의교회 갱생위원회’를 결성, 오 목사의 자격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갱신위는 논문 표절을 비롯해 미국에서 목사 안수 과정, 한국에서 총신대 대학원 이수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해왔다.
판결이 알려지자 사랑의교회 당회는 “대법원이 잘못 판단한 만큼 서울고법에서 열릴 파기환송심에서 잘 설명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오 목사가 지원한 곳이 편목편입이라는 총신대 측 자료가 있는데, 대법원이 이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갱생위 측은 “신학대학원 편입 때 일반 신학생 자격이었는지, 이미 목사인 사람의 자격이었는지 소송 과정에서 몇 차례나 말이 바뀌고 입장이 오락가락했다”면서 “이번 판결은 바로 그 문제를 명확하게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판결의 파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반오정현 목사쪽에서는 승기를 잡았다지만, 회의적 의견도 있다. 교계 관계자는 “오 목사 반대파가 소수파인데다, 설혹 목사 자격을 박탈한다는 최종 판결이 나온다 해도 교회가 오 목사를 감싸면 사실상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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