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인천 부평구 삼산동 도심 한복판에 멧돼지 두 마리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편의점이나 주차장을 휘젓고 다니는, 가끔 출현하는 모습이 아니라 로드킬을 당한 돼지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멧돼지 모습이 애잔함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 마리도 결국 구청으로 이동하는 도중 죽었다고 했다. 혹시 이동 중 극적으로 살아 남았다면 그 멧돼지는 어떻게 됐을까.
구청에 확인한 결과 멧돼지는 이동 도중이 아닌, 마취총을 맞고 올무로 포획되는 과정에서 죽었다. 설사 살아 있었다 해도 유해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사살해야 했다. 비둘기, 족제비 등은 구청에 인계되면 동물병원에 보내 치료를 받게 한 뒤 방사하기도 한다지만 멧돼지는 그럴 운명은 아니었다.
그동안 위협적인 모습으로만 인식되어온 멧돼지지만 가족애나 동료애가 있었기에 죽은 친구 곁을 떠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구청 관계자로부터 죽은 멧돼지는 각각 암컷과 수컷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성민 박사는 “암수였다면 교배기가 아니기 때문에 남매일 확률이 높다”며 “야생 개체임을 전제로 하면 어릴 때부터 함께 다녔고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도망도 함께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애잔함보다 중요한 건 인천에 멧돼지가 나타난 게 처음이라는 점이다. 사실 부평구청은 이 멧돼지들이 어디서 왔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는 앞으로도 이곳에 멧돼지가 더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부는 국내 멧돼지 개체수는 30만~35만 마리, 이 가운데 지난해 약 5만5,000여 마리를 포획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식 집계는 아니고 추정일 뿐이다. 멧돼지는 정부가 허가한 수렵장에서 포획되거나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유해야생동물 포획단에게 사살된다. 지자체로부터 포획허가증을 받은 유해야생동물 포획단이 잡은 수가 4만8,000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는 지자체별로 마리 당 5만~1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잡힌 멧돼지는 수렵인이 자가 소비하거나 피해 농가에 무상으로 주거나 아니면 소각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포획단이 나서서 잡은 경우에는 대부분 멧돼지를 가져가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잡힌 멧돼지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또 사후 처리에 관한 규정도 없어 엽사들이 알아서 도축해 나눠먹고 매립하는 상황이라 질병이나 적절한 매립 여부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 멧돼지가 처음 출현한 건 2004년. 그 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14년이 지난 지금도 멧돼지 개체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고, 또 지역별로 적절한 개체수가 얼만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멧돼지 피해를 방지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현황을 조사하고, 지역에 따라 적절한 개체수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또 무조건 민간 포획단이나 수렵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멧돼지를 퇴치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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