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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일당 구속 후 뒤늦게 계좌 추적… 수사의 기본 저버린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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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일당 구속 후 뒤늦게 계좌 추적… 수사의 기본 저버린 경찰

입력
2018.04.18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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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부실해 압수수색 두달 지연

‘통신 영장’ 신청도 한 발 늦어

피의자 출판사 들러 증거 인멸도

“정권 눈치 보기” 비판 목소리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계좌 추적이나 통신내역 추적 등은 때늦게 이뤄지고, 수사기간에 비해 성과 자체도 초라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핵심 피의자 1명이 범행 현장을 다시 들러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본보 취재로 확인됐다. 양과 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는 불만이 내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17일 “수사팀을 2개에서 5개로 늘리고 범죄수익추적수사팀도 투입해 사건 전반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13명이던 수사인원을 29명으로 대폭 늘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을 보강해 자금(계좌) 추적에 나서겠다는 계획엔 ‘수사의 ABC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마침 이날 김씨가 활동하면서 쓴 자금의 출처가 의심스럽다는 보도가 쏟아져, 언론 뒤따르기 수사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김씨 등을 긴급 체포한 뒤 이들로부터 계좌를 임의제출 받아 분석해왔는데, 영장 발부를 통한 실질적인 계좌 추적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계좌 추적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압수수색 단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게 기본”이라고 꼬집었다.

통신내역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김씨 등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한 지 한참 지난 이달 11일에야 통신내역추적영장을 신청했다. 그나마도 내용 부실로 검찰로부터 보강 지시를 받고 16일 다시 신청해야 했다. 통화내역은 살피지도 않은 채 휴대폰 분석만으로 경찰은 “김씨 등과 김경수 의원 간 오간 전화 통화는 없었다”고 16일 공식 발표했다. 앞서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법원과 검찰에 각각 한 번씩 기각과 보강 지시를 받으면서 최초 신청일(2월 8일)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난 3월 22일에야 영장을 발부 받았다. 김씨 등이 민주당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데도 체포 후 24일, 구속 후 2주일이 걸렸다.

사건 관계자의 증거인멸 가능성도 손을 놓고 있었다. 댓글 조작에 사용된 매크로를 구입한 핵심 피의자 박모(31)씨가 한창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15일 늦은 밤,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머무르다 사무실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을 차량에 싣고 황급히 떠나는 모습이 본보 취재진에 포착됐다.

경찰 내부에서 “이미 경찰 수사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차라리 검찰로 사건을 빨리 넘기는 게 낫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선 경찰서 간부는 “수사권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수사로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경수 의원 등이 등장하는 순간 자금 추적이나 통신내역 조사 등 광범위한 조사에 나섰어야 한다”며 “결국 정치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오해를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날 김씨 등 3명을 형법상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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