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확대ㆍ미세먼지 등
사람과 삶의 질에 투자할 것
지금은 文정부 성공이 중요
난 朴정부 때 댓글 조작 피해자
선거 임박했는데 악용하면 안돼
예측불허 결선투표 철저히 준비
평소의 수더분한 말투와는 달랐다. 질문을 던지기가 무섭게 쉴 틈 없이 ‘서울 10년’의 청사진을 쏟아냈다. 1시간의 인터뷰가 끝날 즈음 각각의 그림이 한 폭의 병풍으로 엮여 묵직하게 다가왔다. 흡사 전장을 지휘하는 지하벙커인양 집무실 벽면을 가득 채운 실시간 상황판에는 1,000만 서울시민을 향한 깊은 고민이 묻어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7일 “지난 6년 재임 기간의 처음이자 끝이 바로 ‘내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이라는 콘셉트”라며 “사람에 투자하고 삶의 질에 투자하는 도시로 전환하려면 10년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선 도전에 나선 ‘박원순 피로감’에 대한 상대 후보들의 지적에는 “시민의 삶에는 피로가 없다”고 단언했다.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서울시정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4년 후를 지금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고 여지를 남겼다.
_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어떻게 보나. 비슷한 제안을 받은 적이 있나.
“선거가 임박했는데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 내게는 그런 제안이 없었다. 난 오히려 피해자다. 2011년 디도스 공격을 당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댓글 조작의 타깃인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나를 향한 악플이 달린 것을 보면서 ‘일반 시민이 한 짓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_박원순은 왜 서울시장 적임자인가.
“토건에 투자하고 그런 것이 마치 큰 성과라고 생각하던 것에서 삶의 질과 행복에 투자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이번에 싱가포르의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서울시가 받았다. 최종 경쟁에서 도쿄를 이겼다. 도쿄는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이 뒷받침하는 수도다. 서울은 국가경쟁력이 26위로 떨어진 대한민국의 수도다. 서울은 ‘역사와 삶을 보장하는 도시재생, 시민들의 참여로 빛나는 도시’라는 게 선정 이유다. 이런 변화는 지속 가능해야 한다. 6년으로는 부족하다.”
_그 6년간 성과의 예를 들어달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따릉이’를 보자. 2만대의 공공자전거가 풀려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덴마크 코펜하겐의 자전거 수송분담 비율은 40%다. 우리는 2.8%밖에 안 된다. 자전거가 달리는 도시는 대기 질이 좋아지고 시민들이 건강해진다. 작은 변화들이 시민의 삶을 바꾼다.”
_당선되면 최우선 과제는.
“서울시의 많은 정책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는 시대다. 예컨대 자영업자의 삶을 바꾸는 것이다. 서울페이를 통해 신용카드 수수료를 대폭 낮추고, 병원에 가면 수입을 보장하고, 고용보험의 본인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려 한다.”
_결선투표가 당내 경선에 변수가 되나.
“알 수가 없다. 정말 겸허해야 한다. 여론 조사나 지지도 조사는 늘 변한다.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목수가 연장 탓할 수는 없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은 18~20일,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3~24일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_7년 전 안철수 후보의 양보가 회자되는데.
“(안 후보) 본인도 이미 옛날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말했다. 개인적으로 그때는 큰 신세를 졌다. 하지만 정치나 서울시의 운명을 가르는 일에 그런 인연보다는 공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더 잘 인식하고 있다.”
_광화문 광장 확장이 논란인데.
“공론화 과정을 계속 거치겠다. 전문가들이 ‘광화문은 진정한 광장이 아니다’고 지적해왔다. 지금은 양쪽으로 10차선을 분리하고 있는 중앙분리대다. 차들이 오가는데 광장을 즐기는 건 시민들에게 고역이다. 이미 노무현 정부 말에 광화문 광장을 세종문화회관으로 붙이자는 주장도 있었고 상당한 검토가 이뤄졌다. 당시 경찰청은 교통 흐름에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는 서울시장 잘되는 건 못보니까 안해줬다. 문화재청과도 충분히 논의했다. 광화문의 역사성을 회복하는 조치다.”
_미세먼지가 날로 심각한데.
“서울시장으로서 무조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지리산에도 미세먼지가 심할 정도다. 서울보다 남부지방이 더 심하다. 미세먼지는 한 도시, 시장 한 명이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건 재난이다. 그런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_3선 서울시장이 되면 일약 차기 대선주자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 지난번에 대선 행보를 잠깐 하면서 ‘대통령은 원한다고 하는 직업이 아니다. 정말 하늘의 뜻이 있고 준비된 사람이어야 한다’고 깨달았다. (시장으로서) 목표로 하는 비전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어떻게 중도에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나. 당연히 임기 채우고 열심히 하려는 것이다.”
_‘박원순 피로감’ 주장에 반박한다면.
“정치적 경력으로 보면 서울시장 두 번하나 세 번 하나 무슨 차이가 있나. 하지만 시민의 진짜 삶, 그런 세상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면 좀더 진화시켜서 서울을 시민이 행복한, 글로벌 톱도시로 만들겠다.”
_여의도와 소원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소통을 잘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정치인보다는 행정가로서 지난 7년을 오직 서울시민의 삶에 쏟았다. 당에 헌신하고 기여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서울은 압도적으로 민주당이 이겼고 인권과 민주주의, 시민의 삶이라는 민주당의 가치를 지켰다. 또 촛불민주주의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해 당의 미래를 지켰다. 이보다 더한 기여는 없다.”
_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은.
“지난번 북한의 김여정 특사가 왔을 때 ‘박원순 시장님은 이미 늘 초청돼 있다. 언제든지 오시라’고 하더라. 가능하다면 내년 전국체전 100주년을 개막식은 서울에서, 폐막식은 평양에서 하겠다.”
●박원순은 누구
인터뷰 말미에 별명을 묻자 ‘원또’라고 했다. ‘원순씨가 또 해냈다’는 의미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유신 반대운동을 하다 서울대 1학년 때 제명당했지만 단국대에 다시 입학해 졸업 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검사 1년 만에 인권변호사로 거듭나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94년 참여연대를 설립해 시민운동가로 변신한 뒤, 2002년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 나눔과 기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 이후 6년여 간 시정을 맡아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 기록을 세웠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수도권 최초의 3선 광역단체장으로 남게 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정혜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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