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답형 대답 악명… 노장 리포터 백혈병에 “친절하게 대답할게 빨리 돌아와”
-감독님, 이번 쿼터 공격에서 문제점은 뭔가요?
“턴 오버(Turn over ㆍ실책으로 인한 공격권 전환).”
-상대가 공격이 좋은데 수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금 더 큰 소리로 강조하며) 턴 오버”
-전반에 부진했던 마누 지노빌리를 3쿼터에도 투입한 이유는 뭐죠?
“걘 마누 지노빌리니까(He’s Manu Ginobili).”
-지노빌리가 3쿼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4쿼터에서는 어떻게 활용할건가요?
“지금처럼(Same way).”
그렉 포포비치는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감독으로 통한다. 대답이 지나치게 단답형인데다,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리포터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거나 동문서답을 하기도 한다. 3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리포터들도 포포비치의 단답형 답변에 당황하기 일쑤였다.
한 리포터가 프리시즌(시범 경기) 중 인터뷰를 시도했다.
-감독님, 정규 시즌을 앞두고…
“(리포터의 말을 끊고) 지금 프리시즌이잖아. 프리시즌에 인터뷰를 하겠다고? 장난해? 지금은 프리시즌이야!”
-(그래도 꿋꿋하게) 프리시즌에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요?
“이런 세상에… 제 시간에 식당에 가서 식사하는 거야.”
가끔은 유머 감각을 발휘하기도 한다.
-감독님, 지난 쿼터에서 턴오버 7개를 빼앗아오며 상대에게 13점만 허용했는데요. 어떤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나요?
“상대 팀이 계속 자네의 멋진 양복을 쳐다보고 있었나 봐.”
수많은 포포비치 감독 인터뷰 중의 백미는 NBA 최고 리포터로 꼽히는 NBC 방송의 크레이그 세이거의 아들, 세이거 주니어와의 인터뷰였다. 세이거가 2014년 백혈병 투병으로 인터뷰를 할 수 없자, NBC 방송은 그 해 4월 플레이오프(샌안토니오 vs 댈러스) 경기에 세이거 주니어를 일일 리포터로 내세운 것. 평소 무뚝뚝한 말투로 단답형으로만 응했던 포포비치가 이날은 달랐다.
-곧 4쿼터가 시작되는데 팀에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가요?
“(역시 단답형으로) 우선 상대를 막아야지”
“넌(세이거 주니어) 아주 잘 했어. 정말 좋은 질문이었어. 하지만 난 너보다 너희 아버지가 여기에 있기를 원해.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크레이그, 우린 정말 당신을 그리워하네. 당신은 오랫동안 NBA에서 엄청난 일을 했어. 우린 당신이 코트에 돌아오길 바라네. 자네가 다시 돌아와서 내게 질문하면 친절하게 대답해 줄게. 빨리 돌아와”
이후 일시적으로 병세를 회복한 세이거는 같은 해 12월 농구 코트에서 포포비치 감독을 만나 다시 인터뷰를 했다. 포포비치 감독은 세이거에게 “자네 진짜 여기에 있는 거 맞아?”라고 되물은 뒤 “솔직히 말하면, 그 동안 어쩔 수 없이 터무니 없는 인터뷰를 했어. 하지만 이번처럼 인터뷰가 즐거운 건 처음이야. 돌아와줘서 반가워”라며 세이거를 끌어안았다. 포포비치는 평소와 달리 비교적 긴 문장을 사용해 친절하게 답변했다. 세이거는 2016년 12월 16일 향년 65세로 세상을 떠났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