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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부정행위 인정… 박근혜 당선 정당성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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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부정행위 인정… 박근혜 당선 정당성도 흔들

입력
2018.04.20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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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국정원 수장서 심리팀까지

순차적ㆍ암묵적으로 공모한 범행”

박 청와대의 재판 개입 의혹

대법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1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착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19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착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정보원 수장을 정점으로 순차적 공모 범행으로 조직적ㆍ계획적인 대선 개입이 이뤄졌다.’

국정원의 2012년 대선 개입 논란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의 공직선거법 유죄 확정 판결로 매듭지어졌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법 위반과 선거법 위반으로 2013년 6월 기소된 지 약 5년 만이다. 이로써 비선실세 최순실씨와의 ‘국정농단’으로 헌정 사상 첫 파면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자체의 정당성마저도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를 역사에 남기게 됐다.

19일 대법원이 선거법 위반까지 인정한 지난해 8월 서울고법(파기환송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 작성, 트위터 활동으로 국정원 심리전단 산하 사이버팀 직원들이 대선에 개입했다고 평가 받은 건수는 10만7,609건(정치 개입은 총 29만2,153건)으로 정리됐다. 대법원은 “국가권력기관인 국정원의 예산과 활동 역량을 토대로, 소속 직원들이 지휘 체계에 따라 조직적ㆍ계획적으로 사이버 활동을 벌였다”며 “특히, 특정 후보자가 출마를 선언하거나 특정 정당이 후보를 확정한 뒤에는 공무원으로서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특정 후보ㆍ정당을 찬양ㆍ지지하거나 비방ㆍ반대하는 집단적ㆍ동시다발적 활동을 벌였다”고 지적하며 선거법 위반을 인정했다.

앞서 서울고법이 대선에서 각 정당 소속인 후보자가 출마를 선언하거나 그 후보자가 확정된 날 이후에 특정 후보와 정당을 지지ㆍ찬양하거나, 반대로 비방ㆍ반대하는 게시글과 트윗 등을 남긴 국정원 활동은 명백히 선거운동이라고 판단한 점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대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낙선을 도모하는 목적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사이버팀 직원들이 일반인인 양 가장한 찬반 클릭, 트윗 활동은 여론 조성 과정에 국가기관이 ‘몰래’ 개입한 것이라 지적했다. 이 같은 조직적 활동으로 개인과 정당의 정치적 의사 형성 자유와 정치활동 자유를 침해할 위험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국정원 직원의 개인적 일탈행위로 치부할 수 없고,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수뇌부에서 심리전단팀까지 순차적ㆍ암묵적으로 이뤄진 공모 범행이라고 못 박았다. 대법원은 정권이 교체된 지난해 7월 파기환송심 막바지에 검찰이 추가로 제시한 전 부서장 회의록 복구본 등에 나온 내용을 들면서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으로 판단했다. “종북좌파 세력으로 규정한 야당이 선거에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질 것”이란 취지의 원 전 원장 발언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원 전 원장이 대선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듯 한 발언을 두고는 ‘더 은밀하게 활동해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라’는 뜻으로 판단했다.

반면, 김창석 조희대 대법관은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은 선거 개입에 공모했다고 볼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며 선거법 위반 인정에 반대 의견을 냈다. 두 대법관은 “다수 의견이 인정하는 근거로 제시한 여러 간접사실 내지 정황 사실은 두 사람이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선거운동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결론이 났지만 박근혜 청와대의 재판 개입 의혹은 대법원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1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는 2015년 2월 원 전 원장 항소심 선고 전후로 선거법 위반에 극도로 민감해하는 박근혜 청와대가 법원행정처와 교감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다음달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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