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회장 교체과정 불만 60대
마을 행사 준비 음식에 투입
농약 악취에 발각… 피해는 없어
경북서 세 번째 사건 벌어져
경북 포항시 호미곶면의 한 어촌마을에서 또다시 음식물 농약 투입 사건이 벌어졌다. 2015년 이후 경북에서 내리 세 번째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22일 마을 공동작업장 취사장에 조리해 둔 고등어추어탕에 농약을 투입한 혐의(살인미수 등)로 이 마을에 사는 A(6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1일 오전 4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구만1리 마을공동취사장에 들어가 고등어를 갈아 넣어 만든 고등어추어탕에 농약 150㎖ 투입한 혐의다. 이 추어탕은 호미곶면 10여개 마을이 공동으로 여는 돌문어 수산물축제를 맞아 주민들이 지역 어르신들을 대접하기 위해 전날 끓여 둔 것이다.
독극물 투입사실은 이날 오전 5시쯤 부녀회장 B씨 등이 행사장으로 가져가기 위해 작업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끼고 맛을 보던 중 드러났다. 구토와 함께 현기증을 일으킨 B씨는 병원에 갔으나 별다른 증상이 없어 귀가했다.
경찰은 폐쇄회로TV와 차량 블랙박스 동영상 분석 등을 통해 A씨가 새벽에 혼자 드나든 것을 확인하고 붙잡아 구체적 범행동기와 과정에 대해 조사 중이다. 작업장 인근 밭에서 심한 농약냄새가 나는 드링크병을 수거, 지문을 채취하는 한편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최근 부녀회장 교체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알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상주 농약사이다, 청송 농약소주 사건 이후 농약제조업체에서 무색무취한 농약에 악취 성분을 첨가하고 있다”면서 “B씨가 다행히 농약 악취를 맡아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북에서는 2015년 7월 경북 상주시에서 80대 노파가 마을회관 냉장고 안의 사이다에 맹독성 농약을 투입, 같은 마을에 사는 할머니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범인 박모(당시 82세)씨는 2016년 8월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또 2016년 8월엔 경북 청송군 마을회관에서 맹독성 농약이 든 소주를 나눠 마신 주민 1명이 숨졌다. 유력 용의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