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실험ㆍ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선언
“병진노선 위대한 승리로 매듭
경제건설에 총력” 새 노선 채택
靑 “비핵화 위한 의미있는 진전”
단계ㆍ동시적 프로세스 가동 관측
일각 “핵 보유국 선언” 분석도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도 선언했다. 경제 발전에 주력하는 새로운 노선을 채택하면서다. 앞서 대북특별사절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밝힌 모라토리엄(유예)을 공식화하면서, 나아가 핵 동결ㆍ불능화 의지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다.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가 중론이나,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남북 종전 논의에 대한 축복(Blessing)” 발언과 맞물려, 북이 강조한 ‘단계적ㆍ동시적 조치’의 프로세스가 가동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이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핵무력ㆍ경제) 병진 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매듭짓다)”됐으니,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는 게 요지다.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 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에는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통신은 밝혔다.
청와대는 곧바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결정을 환영한다”며 “북한의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또 “조만간 있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매우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북한 발표는 앞서 3월 대북특사단을 통해 밝힌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의지를 직접 대내외적으로 선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비핵화 1단계인 유예 조치를 취하면서 어떤 조건도 달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다 진전된 비핵화 의지를 보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발표는 미국에게 큰 위협으로 간주되는 ICBM 능력의 완성을 포기하겠단 의미”라며 “국제사회와의 타협 의지를 명백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봤다.
핵 동결ㆍ불능화 의지를 밝혔다는 식으로도 해석된다. “핵 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해 공화국 북부 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할 것”이라는 내용이 결정서에 포함된 것을 두고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관련 분석자료를 배포하고 “‘투명성 담보’라는 표현은 통상 사찰을 통한 검증을 의미한다”며 “과감한 비핵화 의지이자,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말한 ‘단계적ㆍ동시적 조치’ 뜻도 비교적 명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남북 간 종전 논의를 지지하자 북한은 이틀 뒤 핵실험장 폐기로 화답한 모습이다. 앞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대북특사단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전하자 미국은 정상회담 제안을 승낙했다. 시간을 끌기 위한 전술이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협상 카드를 비슷한 시점에 교환하자는 의도로 해당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도 이러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전원회의 결과 발표 직후 “북한과 세계에 매우 좋은 소식이자, 큰 진전”이라는 트윗을 올려 환영했다. 북미 간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추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방북 당시 북미가 이미 협상 카드 교환에 합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발표에 국제 사회가 대체로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는 가운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시험 금지, 선(先) 사용 금지, 이송 금지 등을 언급한 점을 들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북한은 핵실험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편 것”이라며 “병진 노선을 파기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핵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표현이 ‘핵 보유’를 전제로 한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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