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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계 최고 이종이식 기술, 불법연구 내몰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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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계 최고 이종이식 기술, 불법연구 내몰릴 판

입력
2018.04.23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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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이종장기개발사업단

돼지 각막 인체에 임상시험 앞두고

관련 법ㆍ규제 기관 없어 진퇴양난

# 감염 발생 등 연구자가 모든 책임

개발 마지막 단계서 좌초 위기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이종이식 연구 모습.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연구진들은 최근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업적 평가를 받으며 충격에 빠졌다. 업적평가를 맡은 한 위원이 “우리나라에 이종이식과 관련된 법도 없는데 당신들이 임상시험을 한다고 국가에서 연구비를 받은 것 자체가 편법”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연구진들은 “황무지와 다름없는 이종이식 연구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는데 이런 평가를 받다니 참담하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이종(異種)이식’ 연구가 마지막 단계인 임상시험을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내에 이종이식과 관련된 법규정이 없어 임상시험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명확하고 환자안전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관련 법안은 국회의 무관심 속에 먼지 속에 처박혀 있다가 회기 만료로 폐기되기를 반복했다.

돼지각막이식 세계 최초 임상시험 앞둬

22일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에 따르면 사업단은 오는 5월 이종각막이식을 받을 환자를 공모, 선정하고 6개월간 교육을 실시해 오는 11월 돼지각막을 사람의 눈에 이식할 예정이다. 성사되면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에 맞춘 이종각막이식이 국내 연구진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임상시험에 앞서 8마리의 연속적인 영장류 실험을 실시해 최소 5마리에서 6개월 이상 이식 각막이 생존해야 하며, 이중 1, 2마리는 12개월간 이식각막이 생존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연구는 사업단이 유일하다.

문제는 국내에 관련 법이 전무하다는 데 있다. 2004년부터 15년간 나랏돈 60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이종이식 기술을 만들었는데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없어 연구가 마지막 단계에서 자칫 현실화되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박정규 단장(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은 “이종이식 특성상 돼지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혹시라도 지금까지 의학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감염이 발생한다면 책임소재를 어떻게 물을 것인지가 문제”라며 “관련 법이 없어 모든 연구의 책임을 연구자가 져야 하고,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의 안전을 보호할 수 없다면 누가 이 연구를 할 것이냐”며 씁쓸해했다.

이종이식 관련법 없는 나라는 한국뿐

WHO와 국제이종이식학회에서는 이종이식 연구를 적절한 국가의 규제 하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규제안을 마련해 환자와 연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이종이식 연구가 수준급에 이른 대부분 국가에서는 정부가 관련 법ㆍ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에 이종이식 관련 임상시험을 신청하면 위원회가 구성돼 심사를 통해 임상시험을 승인하고, 일본은 지난해 ‘재생의학법’을 제정해 이종이식 관련 제도를 갖췄다. 중국은 2005년 이종이식 시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평가를 시행하지 않은 채 돼지 췌도를 25명의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해 논란을 일으켰으나, 2008년 WHO와 국제이종이식학회의 권고를 수용해 담당부서를 설치하고 정부 차원에서 이종이식 연구를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새로운 첨단치료에 관련된 법’을 신설해 이종이식 연구를 관리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이종이식과 관련된 법이 없고 소관부처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결국 사업단은 식약처, 보건복지부 등에서 임상시험 승인을 받을 수 없어 일단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만으로 임상시험을 강행할 계획이다.

# WHO 가이드라인 유일하게 통과

당뇨병 ‘꿈의 기술’ 돼지 췌도 이식

내년 1~2월 임상시험 차질 우려

“국회 서둘러 관련 법 통과 시켜야”

서울대 의대 의생명특수자원동물센터의 무균미니돼지들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 의대 의생명특수자원동물센터의 무균미니돼지들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당뇨병 환자 ‘꿈의 기술’ 눈앞인데

사실 사업단의 최종 연구목표는 돼지 췌도(췌장 내 인슐린 분비 조직)를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이종췌도이식이다. 시험이 성공하면 태생적으로 인슐린이 부족해 당뇨병에 걸린 제1형 당뇨병 환자를 완치할 수 있다.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에겐 ‘꿈의 기술’이라 불릴 정도다.

박 단장은 “2016년 돼지에게서 췌도 이식을 받은 원숭이 8마리 중 적어도 5마리가 최소 6개월 이상 생존해야 한다는 WHO 가이드라인을 유일하게 통과했다”며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당뇨병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이종췌도이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서둘러 관련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단은 올 5월부터 가천대길병원, 서울삼성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에서 임상시험 대상자를 공모해 이르면 내년 1~2월경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을 실시한다는 일정표를 짜놓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첨단 재생의료의 지원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등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이종이식과 관련한 소관 부처와 규제가 정해져 임상시험을 실시할 근거가 마련된다.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폐기됐고, 현 20대 국회에서도 방치돼 있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진행될 이종각막이식 임상시험에 앞서 관련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지만, 국회의 무관심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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