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댓글 실명제는
주민번호 수집 필요해
특별법 없인 도입 못해”
드루킹 사건으로 댓글 조작 논란이 커지면서 포털사이트 댓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댓글 주체의 아이디 일부만 공개되는 현재의 방식을 ‘댓글 실명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매크로(여러 개의 명령어를 조합해 컴퓨터가 반복적 작업을 수행하도록 짠 프로그램)를 이용한 댓글 조작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포털 사이트는 새로운 강화책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댓글 실명제로 뉴스 서비스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댓글 실명제에 관해 네이버 측은 “사업자가 도입할 수 없는 제도”라고 말한다. 정보보호를 이유로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로부터 수집하는 정보의 양을 큰 폭으로 줄여 왔는데, 실명제 시행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필요해, 추세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2012년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가 위헌 결정을 받아 사라졌고 그 뒤 정부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했다”며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사업자가 주도해 댓글 실명제를 운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네이버에 가입할 때 필요한 정보는 이름 성별 생일 본인확인을 위한 이메일, 본인인증을 위한 휴대폰 번호 등”이라며 “개인정보보호가 강화되면서 사업자가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과도하게 확보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 최소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실명제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치는, 익명이 보장해주는 ‘표현의 자유’다. 위헌결정 당시 헌법재판소도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봤다. 정보인권 보호 운동을 펴고 있는 시민단체 오픈넷 측은 “인터넷 댓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댓글 실명제가 허용되면, 결국 인터넷상 모든 게시글에 대해 본인 확인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조직화한 댓글 조작이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왜곡 억압하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악성 댓글이 쏟아져 나오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인터넷이 건전한 공론의 장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현실을 ‘표현의 자유’란 이유로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댓글 실명제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표현의 자유 침해보다 인격권 침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비방 모욕 욕설 등으로 인한 피해도 크다”고 주장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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