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의혹’에 발목 잡힌 與 김경수
정면돌파 땐 차기 주자 도약
‘올드보이’ 틀에 갇힌 野 김태호
범보수 대표주자급 부상 기회
경남지사 선거는 여야가 6ㆍ1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서 전체 지방선거 승패를 결정짓는다고 보고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초선의 김경수 의원을 차출했다. 자유한국당은 경남지사를 두 번 지낸 김태호 전 최고위원을 추대했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광역단체장 6석 이상 확보에 자신의 재신임을 걸고 있어 경남지사 선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두 후보 가운데 누가 이기든 각 진영을 대표하는 유력한 잠룡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란 데 이견이 없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이 김 의원의 정치 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김경수ㆍ김태호 후보에겐 2012년 19대 총선에 이은 6년 만의 리턴매치다. 달라진 점은 두 후보 모두 이번 선거에 정치적 명운이 달렸다는 점이다.
김경수 후보는 민주당원 댓글 조작, 일명 드루킹 사건 연루의혹이 불거지면서 백척간두에 섰다. 국회의원 자리까지 내놓고 도전하고도 패할 경우 한동안 정치적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반면 ‘대선 불복’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야당의 거센 공세를 뚫고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집권 여당의 차기 주자로 도약할 수 있다. 야당이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하며 정치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결국은 김경수 후보의 정치적 잠재력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태호 후보는 ‘올드보이 귀환’이라는 틀에 갇히고 있다는 게 뼈아픈 대목이다. 총리 후보자로, 또 당 최고위원으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실패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꼬리표가 여전히 따라 다닌다. 하지만 대선 패배 이후 보수진영이 지리멸렬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경남지사 승리를 일궈낸다면 보수진영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 선거 결과에 따라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범보수진영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다툴 것이란 전망이다.
드루킹 사태에도 불구하고 23일 현재까지 공개된 여론조사에선 김경수 후보가 김태호 후보를 앞서고 있다. 매일경제ㆍMBN 의뢰로 메트릭스코퍼레이션이 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경수 후보는 지지율 36.6%, 김태호 후보는 24.1%로 오차범위를 벗어난 12.5%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13, 14일의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도 김경수 후보가 38.8%로 김태호 후보(26.8%)를 12.0%포인트 앞섰다. 드루킹 관련 의혹이 13일 처음 불거진 점을 감안하면 당장은 지지율에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다만 지지 후보가 없다거나 모름ㆍ무응답을 택한 부동층이 각각 37.0%, 32.7%로 많아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 경남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홍준표 후보에게 0.5%포인트 차이로 패한 곳이다. 특히 드루킹 사건 수사결과에 따라 선거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김경수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경남지사 선거 승패를 가를 또 다른 변수로는 동고서저(東高西低)로 양분되는 지지율 지형이 꼽힌다. 김경수 후보는 다수 유권자가 몰려 있는 창원ㆍ김해 등 동부권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반면 진주를 비롯한 서부권에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김태호 후보로선 안상수 창원시장이 한국당의 공천 배제 결정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는 등 내부 갈등이 악재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를 참고하면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