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바탕
핵폐기 등 하나씩 정리되는 분위기
靑 “합의 순조롭게 될 것으로 보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할 합의문 의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정착,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세 가지 큰 축을 중심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확약, 남북에 이은 남ㆍ북ㆍ미의 6ㆍ25전쟁 종전(終戰)선언, 남북 상시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세부 내용도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간 합의가 잘 이뤄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순조롭게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의제와 합의문 문구를 사전에 논의할 남북 고위급 회담이나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의 방북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도 회담 성과 낙관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 체제 특성상 최종 결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하는 만큼 정상회담 당일 두 정상의 담판으로 최종 합의가 조정ㆍ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큰 틀의 의제는 하나씩 정리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는 비핵화 의제는 21일 북한의 핵실험ㆍ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발표로 핵 폐기의 첫 단추를 꿴 상태다. 문 대통령도 19일 언론사 사장단 오찬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1991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 과거에 만들어둔 틀이 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선 세부적인 이행 방향을 확인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말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합의가 나올 것이란 점도 고려됐다.
평화체제 구축은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남북의 합의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 체결 약속을 기점으로 평화체제 구축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종전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ㆍ북ㆍ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을 할 수 있다”며 남북에 이은 남ㆍ북ㆍ미 3자 혹은 남ㆍ북ㆍ미ㆍ중 4자의 종전선언 추진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또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작업과 추가 군사당국회담을 통한 세부적인 합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은 판문점 등에 상시 연락사무소를 두고 남북이 함께 근무ㆍ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남북은 1992년 발효된 기본합의서에서 이런 내용을 합의한 바 있다. 실제로 2005년 개성공단에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설치해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한 경험도 있어 연락사무소 설치가 합의되면 남북관계 개선 창구로 쓰일 전망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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