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차녀인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는 소문으로만 흉흉하던 재벌 ‘갑질’의 민낯을 드러냈다. 회의에 참석한 광고대행사 직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물이 든 컵을 던졌다는 ‘물벼락 갑질’ 논란이 발생한 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다른 갑질 제보가 이어지며 국민의 분노는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대한항공 직원과 광고업계에서 “대한항공 본사 6층에서 매주 고성이 들린다” “나이 지긋한 직원들한테도 반말은 예사” “신입사원 면접에 들어와 난동을 피웠다” 등의 증언들이 쏟아졌다. 급기야 대한항공 전ㆍ현직 직원 등 1,0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까지 생겼다.
조 전 전무는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을 일으킨 언니 조현아 전 부사장을 위로하며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상은 밝히지 않았다. 기내에서 땅콩을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째 줬다는 이유로 비행기를 돌릴 권력이 있던 조 전 부사장을 고발하던 ‘을’들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조 전 전무는 입사 4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여서다. 최근까진 7개 직책을 겸직했다. 정석기업과 한진관광, 칼호텔네트워크 등 3곳의 대표이사와 싸이버스카이 사내이사, 대한항공 및 한진칼 전무, 진에어 부사장 등이다. 조 전 전무의 7개 계열사 임원직은 30대 그룹 오너 중에서도 가장 많다.
조 전 전무는 최근 논란이 거세지자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반응은 냉랭하다. 한진 총수 일가를 몰아내기 위한 촛불집회 계획도 나온다. 조 전 전무의 사과는 지금도 회자된다. “제가 업무에 대한 열정에 집중하다 보니 경솔한 언행과 행동을 자제하지 못했다.” 서민들은 갑질을 열정과 구분 못하는 일부 재벌 자녀들의 둔감함에 또 한번 상처 받았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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