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우리는’(2015) ‘시간을 달려서’(2016)… 2015년 데뷔한 아이돌그룹 여자친구가 낸 히트곡들이다. 모두 곡 발표 후 1년여 만에 음원 사이트에서 재생(스트리밍) 횟수 1억회(가온차트 기준)를 넘어섰다. 팬덤이 보이그룹에 비해 약한 걸그룹의 노래가 1억 스트리밍을 돌파하기는 이례적이다. 여자친구의 음악은 그만큼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두 곡을 작사, 작곡한 이기, 용배와의 협업을 통해 이룬 성과였다.
국내 인기를 바탕으로 여자친구는 올해 일본 진출에 나선다. 다음달 23일 히트곡들을 묶어 첫 앨범을 낸다. 현지 정식 데뷔에 앞서 여자친구는 지난달 신주쿠 알타시어터에서 앨범 발매 홍보 행사를 열었고, 일본 인기 그룹 스마프 출신 이나가키 고로, 구사나기 쯔요시, 가토리 싱고가 진행하는 온라인 예능 콘텐츠 ‘새로운 다른 창’에도 출연했다. 일본에서 여자친구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SMㆍYGㆍJYP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아이돌그룹(여자친구 소속사는 쏘스뮤직)이 데뷔 3년 만에 일본 주류 음악 시장에서 데뷔하기는 쉽지 않다.
여자친구 멤버인 엄지와 예린은 일본에서의 인기 비결로 “칼군무“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노랫말은 서정적인데 역동적이고 자로 잰 듯한 무대에 극과 극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30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연 새 앨범 ‘타임 포 더 문 나이트’ 발매 기념 행사에서 한 얘기다.
일본 음악시장에 정통한 국내 음반 제작자들에 따르면 현지에서 K팝 아이돌의 ‘칼군무’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오늘부터 우리는’ 등의 춤을 만든 박준희 안무가는 일본 최고 인기 걸그룹인 AKB48의 안무가로 이달부터 활동 중이다. AKB48이 한국인 안무가를 기용하기는 처음이다. 여자친구 멤버 신비는 친한파 일본 연예인으로 유명한 구사나기와의 만남에 대해선 “구사나기가 일본어가 서툰 우리를 위해 한국어로 말을 걸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김밥을 직접 만들어 촬영장에 가져갔는데 김밥을 정말 좋아한다며 맛있게 드셨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여자친구가 이날 공개한 새 앨범 타이틀곡 ‘밤’은 ‘여자친구표 음악’이다. ‘밤하늘을 날아 꿈속에서 너를 만나’란 동화 같은 노랫말에 록과 현악의 웅장한 소리가 포개져 곡의 서정을 돋운다. 소원은 “여자친구 하면 벅차오르는 감성이 떠오른다고 해 이 특징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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