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매실 음료를 뿌렸다는 ‘물컵 갑(甲)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가 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조 전무의 진술 내용에 따라 추가로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경찰은 당시 회의 상황을 집중적으로 물을 예정이다.
이날 오전 9시 56분, 검은 옷차림으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한 조 전 전무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고 말했다. “유리컵을 던지고 음료를 뿌린 것을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대한항공 직원들 사이에서 촛불집회 얘기까지 나온다”는 질문에는 “죄송하다”며 울먹이고는 조사실로 향했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지난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A 광고대행사와의 회의에서 조 전 전무가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뿌렸는지를 추궁할 방침이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조 전 전무가 ‘물컵’을 던졌는지와 ‘사람을 향해’ 매실 음료를 뿌렸는지여부다. 물컵은 ‘위험한 물건’으로 분류돼, 사람을 향해 던졌다면 형법 261조에 의거해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은 직접 신체를 때리지 않더라도 유형력을 행사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줬다면 폭행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조 전 전무가 A 업체 직원에게 매실 음료를 뿌렸다면 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 전 전무의 폭언이나 폭행으로 A 업체의 업무가 중단됐다면, 경찰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조 전 전무 측은 “유리컵은 떨어뜨린 것이고 종이컵은 밀쳤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한편, 조 전 전무가 도착하기 전인 오전 9시부터 강서경찰서 앞에는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행태를 비판하는 인파가 모였다. ‘땅콩 회항’ 사태의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은 “내부 견제가 작동하지 않는 대한항공에선 그 어떤 법규보다 오너 일가의 말 한마디가 힘이 세다”며 “대표 의식을 갖고 (대한항공을 위해) 작은 소리라도 계속 외치겠다”고 말했다. 이규남 전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은 “대한항공 직원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재벌에게도 엄정하게 법이 적용되는지 지켜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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