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레일 뚫고 도로 아래 추락
무 수확작업 나선 노인들 피해
경찰ㆍ도로교통공단 합동조사
전남 영암에서 무 수확 작업을 마친 노인들을 태운 25인승 버스가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 아래로 추락해 8명이 숨지고 11명이 크게 다쳤다.
1일 전남 영암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25분쯤 영암군 신북면 주암삼거리 인근 도로에서 이모(72)씨가 운전하던 25인승 미니버스가 이모(54ㆍ여)씨가 몰던 코란도 승용차와 충돌한 뒤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 아래 3m 밭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 이씨와 영암 미암면에서 총각무 수확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임모(76ㆍ여)씨 등 버스 승객 8명이 숨졌다.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나모(67ㆍ여)씨 등 나머지 7명은 중경상을 입고 전남대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코란도 운전자와 탑승객 4명도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를 신고한 한 목격자는 “사고 현장과 400m 가량 떨어진 축사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쿵’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 밖으로 나갔더니 빨간색 버스가 넘어져 있어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버스에 탄 노인들은 무 수확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로, 대부분이 70대 이상 고령자여서 사고 규모에 비해 희생자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버스가 가드레일, 가로수, 가로등, 밭고랑 등 여러 차례 구조물과 충돌하면서 충격이 탑승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숨진 사람들은 나주 영산포 제일병원과 나주종합병원, 목포한국병원, 강진의료원에 안치됐다.
이날 사고는 버스 운전사가 갓길에 정차된 차량을 피하려고 급히 핸들을 꺾으면서 1차선을 달리던 코란도를 들이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는 버스가 핸들을 급하게 꺾는 과정에서 발생한 길이 30m 정도의 스키드 마크(타이어가 미끄러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소방대원들이 사고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일부 부상자는 자력으로 차에서 나와 있었으나 버스 운전자를 포함한 사망자 4명은 버스 안에 갇혀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헬기를 이용해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장비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진행했다.
경찰은 도로교통공단 등과 함께 현장 합동조사를 벌이고 버스에 타고 있던 농장인부 등 목격자 등을 상대로 과속과 음주운전,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 정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영암=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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