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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임팩트’ 트럼프도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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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임팩트’ 트럼프도 꽂혔다

입력
2018.05.01 20:4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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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제3국보다 엄청난 행사 될 것”

백악관 참모들 부정적 기류 불구

판문점 ‘분단→평화’상징성에 매료

김정은도 대외 위상 높일 기회

문재인 ‘한반도 운전자론‘에도 부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판문점이 북미 정상회담이란 세기의 담판 장소로 유력하게 떠올랐다. 판문점이 갖고 있는 상징성으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역사적 과업을 이룬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국가 지도자’,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라는 국제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3국 지도자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다. 이를 간파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내가 그곳(판문점)에서 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일이 잘 풀린다면 제 3국이 아니라 그곳에서 회담을 여는 것이 엄청난 기념 행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 동안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개최될 경우 한국의 중재 역할이 너무 커진다는 이유로 논의 대상에서 배제해왔다. 하지만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내의 남북 경계선을 함께 넘는 장면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흔들면서, 판문점의 이미지가 분단과 대결에서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극적으로 고양됐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모습에서 판문점의 상징성에 매료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판문점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장소라는 점이 역사적 업적을 과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 선언을 한다면, 반세기 이상 미완의 과제로 남았던 한국 전쟁의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대통령으로 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는 최적의 무대가 될 수 있다. 그간 미 정부 내에서 유력하게 검토된 싱가포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징적 효과를 얻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단의 상징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와 만나는 게 제3국 호텔에서 만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효과가 크다는 것을 포착한 것”이라고 봤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판문점은 북한 주민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자신의 위상을 한껏 높일 수 있는 곳이다.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탈바꿈하려는 그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방문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우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북미회담이 잘 진행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북쪽 땅을 밟을 가능성도 크다.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외교적 절차에 앞서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자국 항공편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장거리 이동의 현실적 불편을 줄이는 등 경호와 안전 문제에서도 부담이 없다. 배수진을 치고 미국과 대화하는 상황에서 남한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길잡이’를 자처한 한국 입장에서 판문점은 최상의 카드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개최를 적극 설득해 동의를 이끌었다고 CNN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이 판문점 카드를 꺼내 북미간 중재 역할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쥐고 풀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자연스레 부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의 일부 참모들이 판문점 개최를 반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북한의 의도를 여전히 경계하는 상황에서 북한에게 과한 ‘선물’을 주고 남한의 중재 역할이 너무 커진다는 우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얻게 되는 효과 역시 막대하기 때문에 3국 정상이 윈윈 게임을 할 수 있다. 아울러 3국 정상의 개별적인 이해를 넘어 동북아에서 남북미 3국의 견고한 틀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미 간 종전선언이 이뤄진다 해도, 판문점에서 이뤄진다면 자연스레 남북미가 해낸 일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의 기대 성과에 따라서 장소가 결정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박원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은 외교 관례나 홈그라운드 이점 등을 이유로 들며 판문점보다 싱가포르 등 제3국을 밀고 있을 것”이라며 “북미 대화에서 확실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판단이 설 때 판문점을 선택할 것”이라고 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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