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 세부사업 구체화
경제개발구 계획 등 총망라
北 발전설비 이용률 35%대
전력 분야 인프라 개선 시급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 구축
‘슈퍼그리드’ 계획 전달했을 듯
4ㆍ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남북경제협력 구상을 책자와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하면서 세부 내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북경협 구상 초안 작업에 관여한 한 민간위원은 1일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을 세부사업 등으로 구체화한 내용이 (김 위원장에게 건넨 자료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전력 인프라 확충, 도로ㆍ철도 연결, 경제개발구 계획,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등 전반적인 분야가 총망라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7월 출범한 통일부 한반도 신경제지도 태스크포스(TF)가 정상회담 전에 청와대에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세부 로드맵이 이번 구상의 기본 토대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과 관련해선 남북 경협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북한의 전력 분야 개선계획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자료를 넘겼는데 거기에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발전량은 수력 128억kwh(53.6%) 화력 111억kwh(46.4%) 등 총 239억khw로 우리나라(5,404억kwh)의 4.4%에 그쳤다. 게다가 기존 발전설비의 노후화 및 부품 부족 등으로 발전설비 이용률이 2013년 기준 34.8%(에너지경제연구원)에 불과하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북한은 산업전력 대부분을 수력에 의존하고 있어 가뭄이나 갈수기인 겨울철에 전력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고질적인 전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북한 철도의 80% 이상이 전력을 통해 구동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협 추진을 위해서는 전력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를 구축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supergridㆍ초광역 전력망)’ 계획도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남북을 포함해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역내 국가간 전력망을 연계하는 사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역설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구축되면 몽골에서 풍력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들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의 ‘혈맥’인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구체적 방안도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핵심은 남북 철도ㆍ도로를 이어 한반도에 ‘H라인’을 구축,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대륙과 해양으로 뻗어나갈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목포~서울~개성~평양~신의주로 이어지는 서해안 벨트(산업ㆍ물류)와 부산~금강산~원산~나진으로 연결되는 동해안 벨트(에너지ㆍ자원)의 양 축을 ‘평화지대’ 비무장지대(DMZ)가 연결해 H라인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이번 판문점 선언에도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한다’란 합의가 포함됐다. 동해선(부산~나진)의 경우, 현재 남측 강릉~제진 구간(110km)이 끊겨 있다. 동해선을 통해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계해 남한의 사람과 물류를 유럽까지 보낼 수 있다. 경의선(서울~신의주)은 이미 2004년 연결돼 2007년 12월부터 1년간 총 222회(문산~개성) 운행됐으나 노후화가 심한 상태다. 경의선이 복원되면 평양, 신의주를 지나 중국횡단철도(TCR)과 연결할 수 있다. USB 형태로 전달된 남북경협 구상에 이 같은 교통ㆍ물류망 구축 세부계획이 담겨있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김영윤 회장은 “경의선이 복구되면 개성공단 기업들은 중국 동북지역에서 ‘직송’으로 운반된 원자재를 토대로 제품을 생산해 이를 다시 북한 내수시장과 중국 동북지역에 판매할 수 있다”며 “경의선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면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며, 한반도 북방지역이 거대한 경제권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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