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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건넨 USB 속 ‘한반도 신경제구상’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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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건넨 USB 속 ‘한반도 신경제구상’ 내용은

입력
2018.05.02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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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 세부사업 구체화

경제개발구 계획 등 총망라

北 발전설비 이용률 35%대

전력 분야 인프라 개선 시급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 구축

‘슈퍼그리드’ 계획 전달했을 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다녀오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다녀오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4ㆍ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남북경제협력 구상을 책자와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담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하면서 세부 내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북경협 구상 초안 작업에 관여한 한 민간위원은 1일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을 세부사업 등으로 구체화한 내용이 (김 위원장에게 건넨 자료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전력 인프라 확충, 도로ㆍ철도 연결, 경제개발구 계획,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등 전반적인 분야가 총망라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7월 출범한 통일부 한반도 신경제지도 태스크포스(TF)가 정상회담 전에 청와대에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세부 로드맵이 이번 구상의 기본 토대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과 관련해선 남북 경협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북한의 전력 분야 개선계획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자료를 넘겼는데 거기에 (발전소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발전량은 수력 128억kwh(53.6%) 화력 111억kwh(46.4%) 등 총 239억khw로 우리나라(5,404억kwh)의 4.4%에 그쳤다. 게다가 기존 발전설비의 노후화 및 부품 부족 등으로 발전설비 이용률이 2013년 기준 34.8%(에너지경제연구원)에 불과하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북한은 산업전력 대부분을 수력에 의존하고 있어 가뭄이나 갈수기인 겨울철에 전력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고질적인 전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북한 철도의 80% 이상이 전력을 통해 구동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협 추진을 위해서는 전력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를 구축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supergridㆍ초광역 전력망)’ 계획도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남북을 포함해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역내 국가간 전력망을 연계하는 사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역설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구축되면 몽골에서 풍력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들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의 ‘혈맥’인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구체적 방안도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핵심은 남북 철도ㆍ도로를 이어 한반도에 ‘H라인’을 구축,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대륙과 해양으로 뻗어나갈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목포~서울~개성~평양~신의주로 이어지는 서해안 벨트(산업ㆍ물류)와 부산~금강산~원산~나진으로 연결되는 동해안 벨트(에너지ㆍ자원)의 양 축을 ‘평화지대’ 비무장지대(DMZ)가 연결해 H라인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이번 판문점 선언에도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한다’란 합의가 포함됐다. 동해선(부산~나진)의 경우, 현재 남측 강릉~제진 구간(110km)이 끊겨 있다. 동해선을 통해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계해 남한의 사람과 물류를 유럽까지 보낼 수 있다. 경의선(서울~신의주)은 이미 2004년 연결돼 2007년 12월부터 1년간 총 222회(문산~개성) 운행됐으나 노후화가 심한 상태다. 경의선이 복원되면 평양, 신의주를 지나 중국횡단철도(TCR)과 연결할 수 있다. USB 형태로 전달된 남북경협 구상에 이 같은 교통ㆍ물류망 구축 세부계획이 담겨있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김영윤 회장은 “경의선이 복구되면 개성공단 기업들은 중국 동북지역에서 ‘직송’으로 운반된 원자재를 토대로 제품을 생산해 이를 다시 북한 내수시장과 중국 동북지역에 판매할 수 있다”며 “경의선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면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며, 한반도 북방지역이 거대한 경제권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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