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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물가 ‘나 홀로 상승’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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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물가 ‘나 홀로 상승’ 왜?

입력
2018.05.03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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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체 물가상승률은 1%대

외식 물가만 2%대 고공행진

최저임금 인상이 직접 영향

“과당 경쟁으로 억눌렸던 가격

임금ㆍ재료비 인상 틈타 동시 분출”

외식물가가 ‘나홀로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전체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0월 이후 1%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외식물가 상승률만 2%대 중후반의 고공 행진 중이다. 외식업의 원가에 해당하는 농축산물 가격도 안정된 상황에서 유독 외식물가만 뛰는 기현상을 두고 시장 안팎에선 과당 경쟁으로 억눌렸던 외식업계의 가격인상 압력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올랐다. 7개월 연속 1%대 상승으로, 한국은행의 물가목표치 2%에 못 미치는 수치다. 반면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2.7%로 전체 물가보다 1.1%포인트 높았다.

외식물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내려앉은 지난해 10월 이후 2.5~2.8% 상승률을 유지하면서 전체 물가와 1%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외식물가가 2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2.8% 상승한 올해 1월에는 그 격차가 1.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농축산물 등 이른바 ‘밥상물가’ 급등을 외식물가 상승의 주요인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해 연초부터 최저 4%대, 최고 12%대까지 치솟았던 농축산물 물가가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상승폭이 잦아들었는데도 외식물가는 오히려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외식물가의 ‘이상 상승’을 유발하는 직접적 요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꼽힌다. 근로자를 1명 이상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연초부터 16.4%(2017년 6,470원→7,530원) 오르면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음식업종에서 즉각적인 가격 인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업종으로 음식ㆍ숙박업, 시설관리서비스업(경비원 등)을 꼽고 있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임차료, 식재료비 등 다른 외식물가 인상 요인과 달리 최저임금은 올해 1월부터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인상됐다”며 “영업주들이 일시에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외식업계가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인상 압력 해소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장 포화, 과당 경쟁을 의식해 가격을 억눌러왔던 음식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은퇴 시기를 맞은 베이비부머 시대의 자영업 시장 진입 등으로 외식업계 업황은 악화일로다. 농식품부가 발표하는 외식업경기전망지수(KRBI)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3분기 이후 7분기 연속 70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외식업체 경영주 3,000명에게 최근 3개월 업황과 향후 3개월 업황 전망을 조사해 산출하는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 100 미만이면 둔화를 나타낸다.

가격을 올리려야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 농축산물 가격 급등과 최저임금 인상 예고는 음식업계가 가격 인상을 개시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민 경희대 교수는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외식업계가 인건비나 재료비 상승을 명분 삼아 일단 가격부터 올리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뉴 고급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전략이 음식업계에 확산되는 추세도 외식물가 상승과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1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는 간편식 시장과 차별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즉석섭취식품, 즉석조리식품, 신선편의식품 등을 포괄하는 간편식 규모는 2016년 2조2,542억원으로 전년 대비 34.8% 성장했다. ‘로케팅(rocketing) 소비’라 불리는, 젊은 세대의 외식 패턴 변화도 외식 고급화를 부추기고 있다. 로케팅 소비란 평소에는 간편식, 즉석식품 등 평균비용 이하로 끼니를 해결하다가 간헐적으로 고급 외식을 즐기는 현상으로 취업난, 1인가구 증가 등 청년층 현실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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