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여애반다라(來如哀反多羅), 신라 향가인 풍요(風謠, 공덕가 功德歌)에 나오는 구절로, 이 여섯 글자 이두는 “오다 서럽더라”의 뜻이라 하지요. 헤아릴 수 없는 곳에서 헤아림을 거듭하는 시도, 그것은 “검은 보자기 속 어둠으로 들어가 스위치를 누르는 사진사처럼 한 순간, 한 순간 불가능을 기록”(이성복, ‘문학, 불가능에 대한 불가능한 사랑’)하는 행위지요.
그러므로 눈 속에는 끓는 납물이 출렁거려도, 한낮 땡볕 아스팔트 위 뿔 없는 소의 시간이 계속 되어도, 걷고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예정된 실패를 알면서도 너 닮은 구름을 주웠던 까닭은 그토록 너를 만나고 싶은 ‘헤아릴 수 없는 곳에서의 헤아림’이지요.
“어디서 헤어져서,/어쨌길래 다시 못 만나는지를”, 이 헤아릴 수 없는 곳에서, 오다, 서럽더라, 그러한 봄입니다. “생각해보라,/우리가 어떤 누구인지,”로 놓이는 다리입니다. 같은 말을 쓴다는 것, 번역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서로 쓴다는 것. 볼웃음과 미소 사이입니다. “헤아릴 수 없는 곳에서/무엇을 헤아리는지 모르면서”, 그러나 헤아릴 수 없는 무엇이 서로에게 놓여있다는 것. “불어오게 두어라/이 바람도,”(‘來如哀反多羅 7’). 이렇게 염원하게 되는 까닭이지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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