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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법정 본인부담금 지출
소비 활성화로 의료계에도 도움
2000억 적자, 건보 지출 0.3%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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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고갈 시기 빨라지면서
文정부서 제도개선 공론화 필요
보험료율 인상은 입법 사항이라
행정부보다 국회서 먼저 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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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 저출산 대책 이달 발표
육아휴직시 지원금 확대 등
워라밸 달성에 대규모 재정 투입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발탁돼 지난해 7월 취임한 박능후(62)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 안팎에서 외유내강형 덕장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취임 후 약 10개월간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부양의무제 완화 등 굵직한 국정 과제를 잡음 없이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조용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박 장관에 대해 한편에선 ‘청와대를 너무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평도 없지 않았다. 박 장관은 지난 1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한국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대북 지원, 국민연금, 문재인 케어 등 주요 보건복지 현안에 입장을 밝혔다. 국정과제와 관련해서는 청와대와 엇박자를 피하려는 듯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평소 본인의 소신과 관련한 대목에서는 솔직하고 과감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7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해빙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구상 중인 대북 지원 방안을 먼저 물었다.
인터뷰 = 이영태 정책사회부장 ytlee@hankookilbo.com
현재 우리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대북 지원이 완전히 끊긴 상황인가.
“아니다. 규모가 점점 줄어들기는 했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 지원이 아니어서 제재 상황에서도 가능한)지원은 끊김이 없었다. 지난 달에도 세계보건기구(WHO)와 글로벌펀드(GFATM)를 통해 북한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소량이나마 보냈다. 하지만 WHO 등을 통한 간접 지원은 실제 북한까지 전달되는 비율이 우리가 한 지원의 20% 수준에 그쳐 중간 손실이 많아 아쉽다.”
당장 가능한 지원 방안이 있나.
“일단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직접 지원이 가능하다. 그 전까지는 지원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하려고 한다. 북한 사람들이 취약한 질병이 어떤 것인지, 백신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등 기초 자료를 모을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우리가 북한과 공동조사를 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모으려 한다. 연구 조사는 직접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 중에도 할 수 있다. 특히 WHO를 통한 타미플루 지원 등은 제재가 풀리기 전이라도 확대할 예정이다.”
제재가 완화되면 우선 지원할 분야는.
“일방적 지원보다는 대등한 관계에서 북한이 협력을 요청하는 분야에 우리가 응하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일단 우리가 눈 여겨 보는 분야는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 모자(母子)보건 사업 분야 등이다. 2주 전 스리랑카 출신인 WHO 평양 사무국장과 면담했다. 그가 전하길, 제재 강화 탓에 글로벌펀드가 그간 북한에 지원했던 결핵약 공급을 오는 6월부터 끊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 보건성 당국자가 결핵약을 계속 구할 수 있게 해외 지원자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결핵은 면역력이 떨어지고 영양상태가 나쁠 때 발현되는 병으로 북한의 열악한 영양상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말라리아 공동대처도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출산 직후 산모와 아이에게 영양 보충과 건강 관리를 하는 모자보건도 지원이 필요하다. 모자보건은 한 번의 지원으로 산모와 아이의 평생 건강 수준을 높일 수 있어 투입 대비 비용 효과가 가장 높은 보건 정책으로 꼽힌다.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면 진료소를 다시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5년 주기로 실시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복지부가 오는 7월 발표한다. 평균 수명 연장과 저출산, 성장 둔화 등 영향으로 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돼 재정 안정화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보험료율 인상이나 연금액 삭감 등은 큰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이슈라 어느 정부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큰 이견은 없나.
“그렇다. 그러나 예측치 하나하나에 신경쓰기 보다는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제도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7월 재정추계 발표 때 제도개선 방안도 함께 발표할 것이다.”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으로 보험료율 인상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정부에서 논의를 시작할 생각이 있나.
“그렇다. 이번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겠지만, (현 정부에서) 논의는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의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겠다. 다만 정부가 보험료율 인상 얘기를 직접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계나 시민사회에서 먼저 얘기가 나오고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정부가 나서야 할 거다. 또 보험료율 인상은 입법 사항이기 때문에 행정부보다 국회가 먼저 논의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보험료율 인상의 정치적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닌가.
“정책의 중요성 못지 않게 시급성도 중요하다. 노인 빈곤이나 기초연금 인상은 당면한 문제이지만 국민연금 고갈은 수십년 뒤의 일이다. 먼 훗날 문제에 에너지를 쏟아 붓다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 케어) 수용 불가를 공약으로 걸고 지난 3월 당선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이 2일 취임했다. 강경 보수 색을 더 강화한 의협은 문재인 케어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의협과 협상이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의료계에는 의협 외에도 여러 단체가 있다. 현재 대한병원협회와는 활발하게 논의가 오가고 있으며 여러 의학회와도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병협, 의학회와 논의가 잘 된다면 의협을 제외하고 의료계와 합의할 수도 있나.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는 안 될 거라고 본다. 의협은 의사 전체를 대표하는 집단이므로 최종적으로는 의협과 합의를 해야 효과적이다.”
현행 건강보험제도로는 외국인도 3개월만 체류하면 지역가입자로 가입해 내국인과 같은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적자가 커진다는 지적이 많다.
“공개토론이 좀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실무자에게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인류애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혜택을 받는 외국인 중 적잖은 수가 재외동포들이다.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재정적자로 거론되는 2,000억여원도 전체 건보 재정 지출(지난해 55조5,000억원)로 보면 0.3%에 그친다. 외국인 환자는 건강보험료 외에 법정 본인부담금도 내기 때문에 소비 활성화로 우리 의료계에도 도움이 된다. 3개월간 보험료 낸 사람한테까지 박절하게 대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배우 한예슬씨 의료사고를 보면서 ‘일반인이 사고를 당했어도 병원이 저렇게 신속하게 조치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인은 의료분쟁에서 ‘을’일 수밖에 없는데.
“의료 분야는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정보 비대칭이 가장 큰 분야로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의료분쟁을 심사하는 위원 중 비의료인 비율을 좀 더 높이려고 한다. 또 일반인이 의료 분쟁을 직접 수행하는 것은 지식도 부족하고 시간과 돈도 많이 들어 힘들기 때문에 (정부나 유관기관 등이)소송 수행을 대행해 주는 제도도 검토 중이다.”
권역외상센터, 신생아중환자실 등의 여건을 보면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한 원인이라는 진단도 있다. 현재 의사 수가 적정하다고 보나.
“전체적으로 조금 부족하다. 단, 시술이 쉽고 수익이 많은 분야는 의사 수가 많고, 사람 힘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나 지방, 중소병원에는 의사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의사 수를 늘려도 지금의 의료전달체계에서는 이런 쏠림 현상을 막기 어렵다. 의료전달체계부터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의약분업 때 의료계와 약속한 것이 있어서 의대 정원 확대를 당장 말하긴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의사 수급 문제는 의료계와 폭넓게 대화할 의향이 있다.”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줄이자는 ‘존엄사법‘이 여전히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다.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일부 눈에 보인다.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임종기 판단 등에) 전문의가 많이 필요한 부분 등은 간결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존엄사 판정을 위한)윤리위원회 구성을 작은 병원도 할 수 있게 제도를 손 봐야 한다. 이 법은 국회가 자존심을 걸고 만든 법이니 국회가 주도적으로 법 개정에서 나서주길 기대한다.”
범정부 차원의 저출산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한다. 어떤 내용이 담기나.
“더 이상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삶이 편안해지고 만족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게 될 것으로 보고 이런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 달성이 주요 목표다. 지금까지는 주로 보육에 돈을 대는 대책을 썼지만, 육아휴직 시 급여 지원금을 늘리고 주택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자기 일처럼 나서고 있어 전폭적인 예산 지원이 기대된다.”
정리=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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