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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니가 오는 날

입력
2018.05.06 16:0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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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우의 노래 ‘니가 오는 날’은 제목을 ‘네’가 아닌 ‘니’로 표기하고 있다. 제목뿐 아니라 가사에서도 ‘투명한 니 눈빛은’과 같이 ‘네’ 대신에 비표준어인 ‘니’를 쓰고 있다.

우리말에서 2인칭 대명사 ‘너’는 뒤에 조사 ‘가’가 붙을 때 ‘네가 그랬잖아?’와 같이 ‘네’로 쓰고 있다. 그런데 ‘네’는 1인칭 대명사 ‘내’와 발음이 비슷해 언중들은 ‘내’와 구별하기 위해 ‘니가 그랬잖아?’와 같이 ‘니’로 말한다.

‘네’와 ‘내’가 발음이 비슷한 이유는 모음 ‘ㅔ’와 ‘ㅐ’가 모두 전설모음(前舌母音)으로서 혀의 정점이 똑같이 입 안의 앞쪽에서 발음되기 때문이다. 다만 ‘ㅔ’는 고모음(高母音)으로서 입을 작게 벌리고 혀의 위치를 높여 발음하는 반면, ‘ㅐ’는 저모음(低母音)으로서 입을 크게 벌리고 혀의 위치를 낮춰 발음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네’와 ‘내’는 소리의 차이가 크지 않아 언중들이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보니 구어체에서 ‘네’ 대신에 ‘니’를 사용하고 있다.

‘네’는 조선 세종 때 수양대군이 석가의 일대기를 기술한 불경 언해서인 ‘석보상절’에 그 형태가 나타나는데, 이는 중세 국어에서 주격조사가 ‘ㅣ’로 실현되던 상황에서 ‘너’와 ‘ㅣ’가 결합한 형태이다. 그러나 현대국어에서는 ‘네’에 주격조사 ‘ㅣ’가 포함된 것으로 보지 않고 ‘너’의 이형태(異形態)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네’가 문어체에서만 사용되고 구어체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말이어서 구어체에서 언중들이 주로 사용하는 ‘니’를 표준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네’의 역사적인 어원 의식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니’를 표준어로 인정할 수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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