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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갈루치 “핵무기는 작고 북한은 너무 커… CVID는 솔직히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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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갈루치 “핵무기는 작고 북한은 너무 커… CVID는 솔직히 불가능”

입력
2018.05.07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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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北, 정권교체 시도 않겠다는

미국의 보증에 기댈 수 없어

핵무기 포기 못할 가능성

#2

북한 인권문제나 ICBM 의제

북미 정상회담 오를지 주목

USKI 사명은 한미 관계 발전

한국 정부 지원 중단은 매우 유감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가 ‘2018 한국포럼’이 열린 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가 ‘2018 한국포럼’이 열린 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차관보)가 3일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와의 단독인터뷰에서 향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핵 문제 이슈들에 대해 열정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나.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개념에 대해 미국과 한국 국민들에게 솔직해져야 할 시점이 됐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할 수 없다. 북한이 제시한 자료에 따른 검증만 가능할 뿐이다. 예컨대 북한이 25개의 핵무기가 있다고 밝히면, 우리는 그게 북한이 가진 전부인지 밝혀낼 방법이 없다. 우리가 모든 걸 알기에 핵물질과 핵무기는 너무 작고, 북한은 너무 크다. 북한은 이런 애매한 상황을 영원히 이용할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라는 말도 실현될 수 없다. 북한의 핵 과학자가 남아있는 이상, 해체된 것들은 다시 지어질 수 있다.”

_그럼 북미 정상회담 때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자리를 떠날 거라고 했다. 그렇게 된다면 북미 관계는 악화할 거다. 지금 한국에 널리 퍼져 있는 낙관론들과 배치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끼어 운신의 폭이 좁아진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큰 실망감이 퍼질 수 있다. 역설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앞서 크게 성공한 남북 정상회담이 한미 동맹에 악재가 될 것이다. 남북 교류가 활성화와 대북 제재 완화 문제에 대해 서울과 워싱턴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분열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동맹 양측은 관점의 차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_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외에 어떤 의제가 논의될 수 있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미사일 능력을 포기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북한의 생화학 무기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인권 문제도 중요하다. 미국은 인권 범죄를 저지르는 나라와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도 논의될 수밖에 없다.”

_특히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문제가 다뤄질지에 이목이 쏠려 있다.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1994년 제네바 합의 과정에서 북한과 협상을 하면서, 북측 대표였던 강석주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부장이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아 상당히 놀란 기억이 있다. 또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브리핑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미군 주둔 문제는 북한에 중요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던 때에도 충격을 받았다. 아마 지금 우리는 이슈가 되지 않을 부분을 불필요하게 부각하해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갈루치 전 특사의 언급은 “남북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 정당화가 어렵다”는 최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포린어페어스’ 기고 내용이 소개되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등 미 당국자들에게서도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나온 점에 대한 답변이다. 정말 이런 일들이 북미 협상 결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자 이날 인터뷰에서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충고한 것이다. 그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꾸준히 주장해오긴 했지만 대내외 선전용일 뿐 북미 관계 정상화를 전제로 한 ‘주둔 용인’이 북한의 실제 입장이란 해석이 학계에서 제기돼온바 있다.

_체제 안전 보장 약속으로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나.

“북한과의 1.5트랙 대화에서 북한은 내게 이라크와 리비아의 케이스를 예로 들며, 미국이 상대국에 정권 교체를 시도하려 했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면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보증에 기댈 수는 없다고 했다.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핵무기를 포기 못할 가능성이 있다.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_북미 정상회담에서 누가 우위에 있나. 트럼프 대통령인가 김정은 위원장인가.

“나는 북한이 ICBM과 핵무기가 어느 정도 완성됐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ICBM의 사정거리가 증명된 게 아니다. 수소폭탄을 만들었다는 추론이 가능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미국은 전세계 어디든 정확한 핵 타격이 가능하다. 미국이 군사력 측면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다는 건 분명하다.”

_한반도 통일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는 어떤가.

“중국을 의식해 미국이 분단 유지를 바란다고 의심하는 한국인들이 있지만 한반도의 통일에 부정적인 미국인을 본 적이 없다. 북한에서 정권 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나 전쟁 없이 통일되는 그림이 최선이라고 본다. 통일된 한국에서도 미군 주둔에 관심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갈루치 전 특사는 방만운영 사실이 드러나 이달 폐쇄될 예정인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부설 한미연구소(USKI) 이사장을 맡고 있다.

_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한국 정부에 해줄 말이 있다면.

“USKI는 한국의 분명한 결실이다. 학술 기관이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USKI의 사명은 소통을 통해 미국과 한국 국민 간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있다. USKI가 지금까지 해온 일이다. 하지만 한국은 인력 변경을 요청했고, 궁극적으로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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