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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고객 잡아라... 금융권 '유스마케팅'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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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고객 잡아라... 금융권 '유스마케팅' 바람

입력
2018.05.07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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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민은행 방탄소년단과 모델 계약

홍보 영상 조회수 역대 최다

해외서도 “KB 어떤 회사냐” 관심

신한은행, 아이돌 워너원 발탁

IBK기업은행, ‘지드래곤 체크카드’

한화생명은 e스포츠팀 인수도

#2

인터넷전문은행ㆍ간편 결제 등

새로운 조류에 패러다임 전환

‘보수적 이미지 벗기’ 안간힘

KB국민은행의 대표 앱 'KB스타뱅킹' 영상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유튜브 영상 캡쳐
KB국민은행의 대표 앱 'KB스타뱅킹' 영상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유튜브 영상 캡쳐

미래 고객을 선점하려는 금융권의 ‘유스(youthㆍ청년) 마케팅’ 경쟁이 뜨겁다. 인터넷전문은행, 간편결제 등 새로운 조류에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금융권이 아이돌, e스포츠, 애니메이션 등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문화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면서 보수적 이미지를 벗고 미래의 핵심 고객층에 스며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이돌 앞세우는 은행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앞다퉈 아이돌을 브랜드 광고 전면에 내세우며 젊은층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남성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과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이들을 내세워 은행 대표 애플리케이션(앱) ‘KB스타뱅킹’을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두 달 전 유튜브에 공개된 KB스타뱅킹 광고는 6일 현재 누적 조회수가 766만 건으로, KB금융지주 역대 광고 중 최다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BTS 마케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젊은층에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방콕 등에선 홍보 영상을 본 현지인들이 ‘KB가 뭐 하는 회사냐’ ‘왜 이곳엔 KB가 없냐’는 질문을 할 만큼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BTS를 연계한 금융상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발매 중인 워너원 체크카드. 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이 발매 중인 워너원 체크카드. 신한은행 제공

국민은행과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지난 2월 모바일뱅킹 앱을 기존 신한S뱅크에서 ‘쏠(SOL)’로 개편하면서 남성 아이돌그룹 ‘워너원’을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쏠 역시 이들의 인기에 힘입어 가입 고객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쏠 가입고객 495만명 중 58만5,000명(11.8%)은 기존 앱(신한S뱅크) 가입자가 아닌 신규 고객이다. 하루 3,000명 정도였던 신규 가입자가 쏠 출시 이후 1만명 이상으로 늘어난 셈인데, 신한은행은 그 일등공신을 ‘워너원 마케팅’으로 분석하고 있다.

워너원 멤버 개개인의 얼굴이 인쇄된 체크카드는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출시 9일 만에 사전예약 5만장을 돌파했고, 지난달 말 기준 8만5,000장이 발급됐다. 이 카드는 출시 전부터 팬들 사이에 일종의 ‘팬 상품(굿즈)’로 여겨지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멤버 황민현의 팬인 직장인 강모(27ㆍ여)씨는 “지갑을 열 때마다 민현이를 볼 수 있어 즐겁다”며 “특별히 선호하는 은행이 없던 터라, 좋아하는 아이돌이 홍보하는 신한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과 지드래곤이 콜라보한 'GD 체크카드'. 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과 지드래곤이 콜라보한 'GD 체크카드'. 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원로 방송인 송해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젊은 세대에 인기가 많은영화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내세웠다. 또 올해 2월부터는 가수 지드래곤(GD)이 직접 디자인한 ‘GD 체크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일까지 약 6만8,000장이 발매된 이 카드는 발급 첫날 4만 명 이상의 접속자가 동시에 몰려 신청이 지연됐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전속 모델 아닌 연예인과 협업한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은 영화 배급사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블록버스터 시리즈 ‘어벤져스’의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지난달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의 e스포츠팀을 인수, 한화생명e스포츠를 창단하면서 게임을 좋아하는 젊은층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간 금융권이 농구나 배구팀 등 스포츠 구단을 인수한 사례는 적지 않지만 e스포츠팀을 인수한 건 처음이다. 한화생명은 “e스포츠 관람객의 주 연령층은 10~35세(79%)인 만큼 미래의 고객이 될 수 있는 젊은층과 소통을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0년, 20년 뒤 고객 겨냥”

금융권의 유스 마케팅을 두고 ‘홍보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금융권은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업무 특성을 감안해 보수적, 안정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홍보 활동에 치중해 왔다. 이 때문에 광고 모델도 안성기, 송일국 등 신뢰감이 느껴지는 중ㆍ장년 연예인이나 특정 세대에 구애 받지 않는 대중적 이미지의 연예인이 도맡아왔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 ‘○○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 서비스 등 편의성을 갖추고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젊은층에 어필하는 금융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 금융회사들이 발상을 전환할 필요성에 맞닥뜨렸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이 젊음과 도전의 이미지를 갖춘 아이돌 그룹, e스포츠팀 등을 모델로 내세우며 브랜드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동시에 팬 등 젊은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들 회사는 혁신 이미지를 통해 향후 경제활동에 나설 젊은층을 자연스레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을 상대로 신용카드, 대출, 보험 판매 등 영업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 형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경각심을 느낀 금융권이 10, 20년 뒤 주고객이 되는 젊은층을 끌어모으려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젊고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과정”이라며 “다만 젊은층의 관심을 꾸준히 유지하려면 1인가구, 싱글족 등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금융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한화생명이 지난달 출범한 '한화생명e스포츠'팀. 한화생명 제공
한화생명이 지난달 출범한 '한화생명e스포츠'팀. 한화생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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