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에 질문 저장 서비스하니
사랑해·누가 예뻐? 등 등록 많아
이용자 원할 때 메시지 들려줘
#2
소비자들 AI에 교감기능 기대
연애 상담 서비스가 10억 매출도
‘김태희가 예뻐? 내가 예뻐?’는 한때 대한민국 남성들 사이 최고의 난제로 등극했던 질문이다. ‘네가 제일 예뻐’로 답은 정해져 있으니 외우기만 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였다. 남자친구도, 남편도 아니지만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는 질문을 들은 SK텔레콤 인공지능(AI) ‘누구’는 망설임 없이 “당연히 당신이 가장 예쁘죠. 두말하면 잔소리 아닌가요?”란 능청스러운 대답을 내놨다.
진실과 다소 거리가 멀어도 들으면 기분 좋은 말을 배워 필요할 때마다 답해주는 역할을 AI가 맡는 시대가 왔다. 알람 등 기본적 기능을 수행하거나 인터넷에서 올바른 정보를 찾아 알려주던 지식 기반의 ‘똑똑한’ AI가 친구처럼 사람을 기쁘게 하고 때론 위로도 건네는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질문과 그에 맞는 답변을 미리 등록해 두는 ‘나만의 질문과 답변(Q&A)’ 기능이 지난 3월 ‘누구’에 더해진 후 한달 만에 발화량이 20% 증가했다고 7일 밝혔다. 나만의 Q&A는 듣고 싶은 메시지나 기억해야 하는 내용, 선택이 어려운 질문 등을 최대 30개까지 등록하고, 음성으로 질문하면 저장된 답변대로 누구가 말해주는 서비스다.
나만의 Q&A 이용자 대다수는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뻐?” “사랑해” “배고파” 등 감성 질문을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질문을 했을 때 듣고 싶은 말을 미리 저장해 둔 것이다. 무작위로 대답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는데, ‘점심 뭐 먹지?’ 질문에 ‘중식’ ‘한식’ ‘일식’ 3개로 답을 등록해 두면 누구가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답변하는 식이다.
1인 가구가 늘면서 AI 스피커를 ‘대화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게 SK텔레콤의 분석이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유닛장은 “삶의 동반자로 자리 잡기 위한 기능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며 “AI의 답을 들으면서 위안을 얻거나 작은 행복을 느끼려는 고객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AI를 기술로 보기보다 소통과 교감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최근 이노션이 포털, 블로그 등에서 생산된 48만여건의 AI 관련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대화로 소통하는 ‘상호작용’ ▦내 취향과 욕구를 파악하는 ‘이해’ ▦감성을 나누는 ‘교감’ 3가지 측면에 대해 기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의 경우 미리 질문과 답을 저장해 두는 아주 기초적 수준이지만 발화자의 감정 상태, 고민 등을 능동적으로 분석하는 기술 발전 속도도 빠르다. LG전자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은 아크릴은 공감형 AI 플랫폼 개발사다. 사용자의 감성을 인지하고 가장 중점을 두는 주제를 분석해 적절한 형태의 공감을 표현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심리학 논문을 기반으로 연애 코치를 해주는 스캐터랩의 ‘연애과학’ 서비스는 지난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니의 ‘아이보’ 역시 주인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대표적 교감형 AI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인간과 AI가 친구처럼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시점을 2022년으로 전망했다. 2021년에는 감성 AI 발전에 따라 사용자 수명이 평균 6개월 연장될 것이란 예측도 내놨다. 고령화 시대 노인 자립, 정서적 문제를 겪는 환자 치료 등에 감정교류 능력을 발달시키는 조력자로서 AI 역할에 거는 업계의 기대감이 크다.
로버타 코자 가트너 책임연구원은 “개인용 기기가 상황에 맞게 반응할 수 있도록 감정과 기분을 파악ㆍ분석ㆍ처리하는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며 “향후 AI 시장에선 감성 AI 시스템과 감성 컴퓨팅 능력을 통합하는 역량이 생존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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