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행보하며 서민 어려움 살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등 혼선
컨트롤타워로서 역할 부진 지적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월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 인상 취지를 설명하고 일자리 안정자금을 홍보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현장 공무원이 할 일을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다” 등 정부 부처에서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장 실장 측은 “현장에 가야 어려움을 알 수 있다”고 현장 행보를 고수했고, 부처 장관들이 줄줄이 현장을 찾았다. 그 결과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한 근로자가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근로자의 78%에 달할 정도로 정책이 안정권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저임금 현장 방문 사례는 소액주주운동 등을 이끌며 재벌 개혁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한 ‘참여형 지식인’으로서 장 실장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청와대 내부에서는 분위기 메이커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청와대의 국내 현안점검 관련 회의가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데도 장 실장의 유쾌한 화법 덕이 크다고 한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 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다. 장 실장은 제이(J)노믹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 성장을 맨 앞에서 이끌었다. 노동 분야에선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였고, 복지분야에선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문재인케어’를 도입했다. 재벌개혁을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도 그가 그리는 J노믹스의 밑그림이다.
하지만 평가가 엇갈리는 정책들이 적지 않다. 일자리 안정자금 투입으로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올해 최저임금을 16.4%나 올리면서 소상공인ㆍ중소기업 재정 부담은 물론 종업원들의 고용 불안이 컸다.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건 일자리 창출도 실제 성과는 다소 미흡하다. 지난 3월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외유성 해외출장 등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장하성 라인’에 타격이 갔다는 시각도 있다. 김 전 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장 실장은 모두 참여연대 출신이다. 올해 초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추진, 어린이집ㆍ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등과 관련해 업무 혼선이 거듭되기도 했다. 장 실장이 정책 콘트롤타워로서 역할이 부진하다고 비판 받는 이유다.
장 실장은 원래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의 캠프에서 활동했다. 정책실장 자리도 문 대통령의 끈질긴 설득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장 실장이 내부 장악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집권 2년 차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화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장 실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그가 과연 성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를 찍는 이가 여럿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책실은 지난 1년간 새 정부 정책의 큰 틀을 짜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