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이미지에 정무 감각 뛰어나
文대통령의 보완재 역할 ‘한몫’
대북 비선라인ㆍ외교팀 중재도
‘사실상 부통령’ 평가 약이자 독
“친문과 파워게임 예고” 관측도
“청와대 사람들과 일하면서 ‘참 유연하고 겸손하다’는 것을 매일 체험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완전히 분위기 메이커다. 어떤 분위기든 유머러스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 더 좋아한다.”
평소 친노ㆍ친문 그룹과는 거리가 있었던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관훈토론에서 임 실장 등 청와대 참모를 평가했던 발언이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586그룹, 재선 의원 출신 임 실장은 원조 친문 인사는 아니다. 하지만 2016년 10월 문 대통령이 임 실장을 대선캠프 비서실장으로 품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지난해 5월 10일 이 총리와 함께 발표한 새 정부 첫 인사 대상자 2명 중 한 명이다. 논리가 뛰어난 법률가 출신 60대 문 대통령에게 50대 초반 임 실장의 젊은 이미지와 친화력, 정치력은 보완재 역할로 충분했고, 지난 1년 청와대는 무난히 굴러왔다.
고비도 있긴 했다. 출범 초 청와대는 인수위원회 체제가 없었다는 약점 때문에 조각을 마무리하느라 연말까지 고난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임 실장은 장관 후보자 낙마 사태가 터질 때마다 속앓이를 해야 했다. 문 대통령 취임 초부터 북한의 잇따른 중ㆍ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안보 위기도 고조됐다.
하지만 임 실장의 능력은 외교안보 위기 국면에서 빛을 발했다. 여권 관계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대북 비선라인과 공식 외교안보팀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일이 성사되도록 대통령의 정책 판단을 보좌했던 사람이 임 실장”이라고 전했다.
임 실장은 16, 17대 의원 시절 6년이나 국회 외통위 위원을 지낼 만큼 북한 문제나 외교 현안 전반에 밝았다. 특유의 정무 감각에다 청와대 조직이란 시스템이 더해지자 힘이 붙었다. 지난해 말 불거졌던 아랍에미리트(UAE) 비밀 군사협정 의혹 당시 직접 특사로 나서 깔끔하게 일을 해결했던 사례도 인상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새해 들어 남북관계 급진전 국면에서 임 실장은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청와대와 국정원, 통일부 실무진을 이끌며 판문점 정상회담을 꼼꼼히 준비했고, 도보다리 회담과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라는 의전, 의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과정에서 공을 세웠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장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단 둘이 배석한 것은 실세 비서실장으로서 그의 위상을 보여줬다.
또 “임 실장은 복잡한 사안도 심플(간단)하게 정리해 깔끔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도 여권에서 나온다. 어떤 사안이든 그가 나타나면 문제가 해소되는 해결사, ‘임 반장’ 이미지도 구축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참여정부 때만 해도 청와대 참모들의 경험이 조금은 부족해 현안에 흥분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임 실장이 ‘차분히 대응하자’는 주문을 되풀이 하고, 그 결과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 실장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1년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위상은 급성장했다. 그에겐 약이자, 독이기도 하다. 노영민 주중대사나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 원조 친문의 국내 복귀 시 여권 내부의 파워게임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 집권 2기 운영 구도와 그의 거취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임 실장이 임기 초와 달리 언론과의 소통을 줄인 것도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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