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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도 재건축도 아닌데… 10~20년 된 아파트 값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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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도 재건축도 아닌데… 10~20년 된 아파트 값이 오른다

입력
2018.05.08 15:5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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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축’ 매매가 최근 0.55% 상승

신축, 재건축보다 2배 이상 높아

비교적 저렴해 실수요자 몰려

#2

“재건축 규제, 신축 공급부족 탓”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에서 지은 지 10~20년 된 아파트는 투자 개념으로 보면 ‘애매한 물건’이다. 실거주자와 투자자 모두 선호도가 높지 않아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입주한 지 5년이 안된 새 아파트와 20년을 넘긴 노후 아파트는 각각 최신식 시설과 재건축 호재로 각광받기 마련이다. 그만큼 집값 상승률도 높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이 같은 ‘법칙’이 흔들리고 있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10~20년 아파트 매매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부각돼 실수요자들의 구애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신축과 재건축 아파트값이 주춤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 상승률이 한풀 꺾인 지난 3월 중순(19일 기준) 이후 4월 말까지 40여일 동안 준공 10~15년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0.55%나 올랐다. 15~20년 아파트 역시 0.55% 올랐다. 반면 5년 이하 아파트와 5~10년 아파트는 각각 0.19%, 0.25% 오르는데 그쳤다. 특히 재건축을 바라보는 20년 초과 아파트는 상승률이 0.09%에 머물렀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서북권(마포ㆍ서대문ㆍ은평구) 15~20년 아파트 상승률이 1.00%로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0.31%)의 세 배에 달했다. 서남권(강서ㆍ양천ㆍ영등포ㆍ구로ㆍ금천ㆍ동작ㆍ관악구)에서도 10~15년, 15~20년 구간의 아파트 상승률이 각각 0.85%와 0.82%로 다른 구간(최고 0.42%)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인 동남권에서는 5년 이하, 5~10년 아파트 값은 각각 0.35%, 0.14% 하락한 반면 10~15년, 15~20년 아파트값은 0.10%, 0.50% 올랐다.

이는 올초 부동산 시장 분위기와 사뭇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올 들어 3월 중순(12일 기준)까지 서울지역에서 준공 5~10년 아파트 값은 3.76%나 올라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20년 초과가 2.77%를 기록, 주로 새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가 집값을 끌어 올렸다. 10~15년은 2.19%로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변화는 현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준공된 마포구 도화동 현대홈타운 전용 113㎡는 지난 2월 15층이 7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중순에는 14층이 7억9,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해 입주한 성동구 금호동 금호대우 전용 84㎡도 지난 2월 8억4,500만원에 매매됐지만 지난달엔 5,000만원이 오른 8억9,500만원에 계약됐다. 2005년에 지어진 강서구 내발산동 우장산힐스테이트 전용 59.98㎡도 실거래가가 지난 3월 초 7억3,000만원에서 지난달 말 7억5,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올해 18년차 아파트인 양천구 신정동 학마을 1단지 전용 49.98㎥와 59.98㎥도 한 달 전에 비해 각각 2,500만~2,700만원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신축 문의는 거의 없는 반면 15년 내외의 구축 아파트를 찾는 고객들은 많이 늘었다”며 “지하철역과 멀지 않고 학군이 괜찮은 지역의 구축 아파트는 거래도 잘되고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축 아파트의 가격대가 높아지면서 부담이 커지자 실수요자들이 준공 10~20년 구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반면 재건축 아파트는 초과이익 환수 부담금 예상치 발표와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정부의 규제로 투자자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

물론 재건축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와 신축 단지들의 공급 부족으로 생긴 일시적 현상이란 의견도 없잖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축 아파트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그 동안 가격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구축 아파트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당분간은 10년 넘는 구축 아파트가 신축 아파트값과의 차이를 좁히는 ‘갭 메우기’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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