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앞 신경전 속 우군 확보
김정은 “적대정책 없으면 핵 불필요”
단계별ㆍ동시적 책임 있는 조처”
시진핑 “中, 적극적인 역할 할 것”
리용호ㆍ최선희 등 대미라인 수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했다. 2012년 집권 후 지난 3월 말 방중이 첫 해외순방이었던 김 위원장이 40여일만에 중국을 또 찾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해법 등을 두고 양국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중국도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를 우려해왔다는 점에서 북중 양국이 의식적으로 밀월관계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CCTV와 신화통신은 8일 시 주석이 7~8일 다롄에 머물며 전용기를 타고 방중한 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문제와 북중관계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회동에서 “최근 김 위원장이 한반도 대화와 정세 완화 방면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유관 각국의 공동노력 아래 한반도가 대화와 정세 완화 추세로 가고 정치적 해결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견지와 북미 간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면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역내 영구적 평화 실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우리의 확고부동하고 명확한 입장”이라며 “유관 각국이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을 없앤다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로 동시적으로 책임 있게 조처를 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이번 회동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북미 정상회담 전 평양 답방을 거부했던 김 위원장이 다시 방중한 건 최근 미국이 ‘영구적’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폐기, 북한 인권문제 해소 등을 주장하며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이자 중국을 우군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25~28일 극비리에 전용열차 편으로 베이징(北京)을 방문,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 최고지도자부터 먼저 만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아침 트윗을 통해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무역 및 북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통화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전환 프로세스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전달하거나 북중 정상의 공동 메시지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리수용ㆍ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금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미 간에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 의견 조율이 잘 안되자 중국을 끌어들여 기싸움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이후 비핵화에 대한 보상 등 북한의 협상 기준이 높아질 수 있고 그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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