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핵협정(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선언에도 핵협정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미국을 제외한 다른 협정 당사국과의 후속 논의가 실패할 경우 수 주 내에 핵개발 프로그램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섰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 선언이 나온 직후 이란 국영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이란은 무제한으로 많은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지만 핵협정에 서명한 다른 강대국들은 아직 이 협정을 지키는 데 합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핵협정이 미국과만 한 것은 아니며 아직도 “다자간 협정”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의 핵협정 탈퇴를 이란에 대한 ‘심리전’으로 규정하고 “외무부에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유럽, 러시아, 중국과 논의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을 중국과 프랑스, 독일, 러시아, 영국 등 나머지 나라에 파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하니의 이런 연설은 핵협정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은 이란 경제에 실망했을 이란 국민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도 핵협정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상황에 따라 핵합의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그는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는 어떠한 제약 없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협정 대상국과의 논의를 거친 후 상황에 따라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이란 핵협정은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협정으로,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 핵협정은 끔찍하고 일방적인 협상으로 애초 체결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국영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 선언 모습을 직접 방영하지는 않고 TV화면 아래에 문자로 요약 보도 후 일부는 다시 해설 보도했다.
중동에서 이란과 앙숙인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반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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