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1년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의 비판인 만큼 정부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 전 대표는 9일 MBC 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서 “정치적인 구호만 있고 내실 있는 비전은 빈약하다”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총평을 했다. 우선 그는 “경제정책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 경제운용의 패러다임 변화로 소득주도성장론을 거론했으면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이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소득주도성장론 자체의 한계점도 크다는 게 주 전 대표의 견해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올려주면 소비가 늘어서 생산도 늘고 (경제가) 성장하지 않느냐는 얘기인데 일시적인 효과 밖에 안 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는 “최저임금 올리고 공공부문 고용 늘리면 다 된 것인가. 이것 말고 더 없느냐”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만 하더라도 작년에 노사정위원회 손을 비틀어서 16.4% 올렸는데, (언제 또 올리겠다는 것인지)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1만원까지 올리겠다고 하면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약 70%로)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다. 이럴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도 없다.”
문재인 정부 지지자인 만큼 현 정부 출범 당시 주 전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고령화와 양극화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단기적으로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정책을 잘 마련하길 바랐었다고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많이 안타깝지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가계부채를 연간 8% 성장으로 막겠다고 한 것에 대해 “경제성장률 3%, 명목소득 성장률도 5%인데 가계부채 성장률을 8%로 잡는다는 얘기는 가계부채율을 계속해서 올라가도록 허용하겠다는 얘기”라고 평가 절하했다. 투기지역 부동산과 다주택 보유가구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는 정책이며 과거 정책을 답습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우려했다.
주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2년차 경제팀에게 가계부채 상승을 막는 강력한 대책을 주문하면서 부동산 문제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조언했다.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 증가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부동산 정책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를 겨냥해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6.19 대책)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8.2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투기세력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조였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 4구(서초ㆍ강남ㆍ송파ㆍ강동)의 아파트 매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셋째 주보다 12.05%나 올랐다.
한편 주 전 대표는 2016년 12월 6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나라 재벌들은 기본적으로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는 방식과 같다”는 소신 발언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완영 의원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한 것 때문에 한화투자증권 대표 연임에 실패한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저의 연임 실패가 국정농단 의혹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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