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기온이 높아지고 꽃들이 만개하는 등 야외 활동을 재촉하는 완연한 봄날이다. 하지만 하늘은 뿌옇고 연일 '미세먼지 나쁨' 예보가 뜨니, 봄날이라고 해서 선뜻 반려동물과 야외로 나가기는 무섭기도 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어린이날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가려던 계획을 취소한 부모들이 많았다고 한다.(실제로 어린이날 당일 오전 9시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이 대체적으로 양호했다) 미세먼지 농도 ‘나쁨(미세먼지 81㎍/㎥ 이상, 초미세먼지 36㎍/㎥ 이상)’ 일 경우 장시간, 무리한 실외 활동을 제한하는 게 좋다고 당국은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한 반려견이 보호자와 산책하다가 심각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응급 내원 도중 사망한 일이 있었다. 평소 비대성 심근병(알 수 없는 원인으로 심장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반려견에게 매우 희귀하지만 고양이에게는 잦은 심장병)으로 투병하고 있던 아이로 폐수종(폐에 물이 차는 증상)이 발생해서 몇 번 입원치료를 받았던 터였다.
죽은 반려견은 비대성 심근병 말기 단계로 오래 살 수 없는 상태였지만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미세먼지로 보였다. 그 반려견이 산책을 했던 날은 올 들어 미세먼지가 가장 극심했던 날로, 건강한 반려견들도 건강상 문제가 나타날 수 있을 만큼 미세먼지가 심했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하여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 판단을 했다.
먼지 중 직경이 1㎜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1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것을 미세먼지라고 한다. 미세먼지 중 크기가 2.5~10㎛ 사이로 상대적으로 큰 입자들은 주로 도로나 흙에서 날아온 먼지다. 2.5㎛보다 작은 먼지, 즉 초미세먼지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의 굴뚝 연기와 같이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거나 가스 형태의 대기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이차적으로 생성된 먼지이다. 머리카락의 직경이 보통 50~70㎛ 임을 감안하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얼마나 작은 입자 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먼지의 독성은 크기에 따라 좌우된다. 100㎛가 넘는 먼지들은 코와 인후두부(목구멍)에서 걸러지고 20㎛ 정도의 먼지는 기관지에서 걸러진다. 이런 먼지들은 눈이나 코를 자극하기는 하지만 몸 안으로 흡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10㎛ 이하의 먼지부터는 기도를 통해 폐포까지 들어오고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공기와 혈액이 만나는 폐 속 허파꽈리까지 도달해 염증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독성이 더욱 강하다.
미세먼지는 또한 심혈관계질환과 호흡기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심혈관질환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최근 발표되고 있다. 미세먼지는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 속 유해물질은 반려동물 체내에 흡수되어 다양한 면역 반응 및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흔히 결막염, 각막염,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면역력이 낮은 어린 동물과 노령 동물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알레르기 질환, 심장질환 및 만성 폐질환 등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생명을 위협받을 수도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 나쁨'이 발령되는 날에는 가급적 반려견과의 산책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대신 실내에서 다양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활동량을 늘려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하자.
실내에서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놀이 중 하나가 노즈워크다. 노즈워크는 개의 코를 사용하는 모든 후각 활동을 말한다. 다시 말해, 개의 본능 중 하나인 사냥을 하기 위해 냄새를 맡으며 사냥감을 쫓는 행동이 바로 노즈워크다. 이런 본능을 활용해 실내에서 사료나 간식 등을 숨기고 찾아내게 하면 된다. 간단하게는 접은 종이 안에 간식을 숨겨둔 뒤 찾게 하거나, 담요에 간식을 숨겨둔 뒤 반려견이 찾아내게 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퍼즐 먹이통, 노즈워크 전용 코 담요 등 노즈워크 전용 제품 등이 출시되고 있으니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대신 미세먼지가 없는 날에는 별일이 없다면 산책을 자주 시켜주자. 산책은 실내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충분히 에너지를 발산시켜서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얌전한 반려견이 되어 가족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평소 산책 후에는 다음 사항을 유의하는 것이 좋다. 산책 전후에는 물을 많이 마시게 하고 산책 후에는 이물 또는 진드기 등이 털에 붙어 있는지 세심히 확인한다. 또한 반려동물 전용 샴푸로 목욕을 해서 몸에 묻어 있는 흙이나 먼지, 미세먼지 등을 제거한다. 잦은 목욕으로 피부 건조가 문제가 되면 샴푸를 사용하지 말고 물로만 씻겨도 된다. 그리고 인공눈물을 이용해서 각막과 결막도 씻어 주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가 우리 가족과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쓰길 바란다.
문재봉 수의사(이리온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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