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文 “北 핵실험장 공개 폐쇄 방침
북미회담 성공 의지 잘 보여줘”
아베ㆍ리커창 “남북회담 성공 축하”
미세먼지 해결ㆍ고령화정책 등
3국 실질적 협력 강화하기로
# 한일 정상회담
아베 “평화체제 논의 참여 원해”
文 “넓은 의미에선 日 협력 필요”
아베 “핵실험장 폐쇄만으로
北에 대가 줘서 안 된다” 주장에
文 “제재 어긋나지 않는 교류만”
# 한중 정상회담
北 체제 보장ㆍ경제개발 지원 등
비핵화 따른 美의 피드백 요구
서울~신의주~중국 잇는 철도
건설사업 선행 조사ㆍ연구 합의
文 “김정은 방중 알려줘 감사”
2015년 1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열린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간 교류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안정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아침 일찍 서울공항을 출발해 일본 도쿄(東京)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뒤 오전 10시 한중일 정상회의부터 한일ㆍ한중 정상회담까지 마친 뒤 밤 늦게 귀국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로부터 4ㆍ27 남북 정상회담 지지와 북미 정상회담 성공 지원을 약속 받기도 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문 대통령은 도쿄 내각부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2008년 처음 시작된 한중일 정상회의는 2015년 서울에서 제6차 정상회의가 열린 이후 한일ㆍ중일 외교갈등으로 열리지 못하다 이번에 재개됐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이슈를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고, 북미 정상회담 성공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나는 오랜 시간 진솔한 대화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의지를 잘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아베 총리와 리커창 총리도 남북 정상회담 성공적 개최에 축하와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3국 정상은 또 세 나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협력 확대에도 의견을 모았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 해결 ▦감염병, 만성질환 등 보건정책과 고령화정책 ▦액화천연가스(LNG)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 사업을 발굴, 추진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3국은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
문 대통령은 오후 1시부터는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정상회담 및 오찬회담에서는 한일관계 발전 방안과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아베 총리는 대북 제재 및 압박 필요성을 제기했고, 일본도 동북아 안전보장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는 등 제 몫을 챙기겠다는 뜻을 노골화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지 않는 것만으로 대가를 줘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이 독자적이나 임의적으로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재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산가족 상봉이나 (산림)조림, 병충해 예방, 산불 방지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또 판문점선언을 거론하며 “평화체제가 구축되려면 지역 안전보장이라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며 “동북아 안전보장 논의에 일본도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평화협정은 전쟁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것”이라면서도 “더 넓은 의미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에는 일본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협력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등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 대해서 (양 정상이)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평화체제 구축 등 좀 더 넓은 의미에서의 개념을 썼다”라고 설명했다.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가 참여하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아닌 동북아 전체를 아우르는 평화체제 구축 논의 때 일본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양 정상은 또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김대중ㆍ오부치 공동선언’ 발표 20주년을 맞아 한일 간 경제, 문화, 인적교류 등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2년간 지연됐던 한일 어업협상 조기 타결을 위해서도 양 정상은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중 정상회담
문 대통령은 이어 오후 3시 10분부터 45분간 도쿄 임페리얼호텔에서 리커창 총리와 회담했다. 양국 정상은 특히 “북한에 대해 일방적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할 경우, 체제 보장과 경제개발 지원 등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윤영찬 수석이 전했다. 아베 총리 입장과는 결이 달랐다. 양 정상은 특히 북한의 경제개발 지원과 관련, 서울-신의주-중국을 잇는 철도 건설사업 검토와 이를 위한 한중 양국의 조사ㆍ연구사업 선행에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7, 8일 중국 방문 및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회담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다롄(大連) 방문 사실을 한국에 미리 알려줘 감사하다”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며 이는 두 번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기회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리 총리는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갖고 있으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현안과 관련,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문제 협력을 제기했고 “한국 단체관광객 제한 해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롯데마트 매각 및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 조속 재개 등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요청했던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고 있는 데 대해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리 총리는 “문 대통령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를 적절하게 다뤄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국영 라디오방송이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리 총리가 언급은 했지만 심각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