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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쟁기 든 농부 자세로… 서울과 경쟁하는 새 경기도 일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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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쟁기 든 농부 자세로… 서울과 경쟁하는 새 경기도 일구겠다”

입력
2018.05.10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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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ㆍ박근혜정부와 전쟁 끝나고

文정부의 평화 시대 왔으니

‘변방의 투사’ 리더십도 달라져야

금수저 남경필 지사와 달리

흙수저인 난 서민 중심 사고

일자리 많이 생기는 中企에 집중

경기도를 대한민국 중심 만들 것

머슴끼리 올해 농사 끝나기 전에

내년 보직 정하는 건 허망한 일

차기 대권은 국민 뜻에 달려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9일 수원 명캠프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원=서재훈 기자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9일 수원 명캠프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원=서재훈 기자

이재명이 180도 변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내 신중하고 유한 분위기를 풍겼다. 가장 ‘센 말’로 존재감을 과시했던 변방의 투사는 이제 경쟁자들의 견제를 감내하며 1위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중원의 장수가 됐다. 그는 스스로 “전쟁이 끝나고 평화의 시대가 왔으니 리더십도 달라져야 한다”면서 “무장한 군인이 아닌 쟁기를 든 농부의 자세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은 그러면서 ‘경기도 퍼스트’를 강조했다. 그는 “서울의 변두리, 중앙정부에 희생되는 경기도가 아닌 경기도만을 위한 정책에 집중할 것”이라며 “경기도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시대를 반드시 열겠다”고 다짐했다. 그와 가족을 향해 제기되는 각종 네거티브 의혹 공세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해명을 다했다”면서 “모든 걸 종합해서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_경쟁자인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의 도정에 대해 평가해달라.

“무난했지만 도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언행일치 측면에선 아쉬움도 크다. 연정이 중요하다면서 복지를 야당에 맡겨놓고선 정작 성남시를 상대로 복지 사업을 못하게 해달라고 대법원에 소송까지 했다. 기초단체가 지역 주민을 위해 쓰는 독자적 사업에 대해 광역단체장이 나서 소송을 제기한 건 지방자치 책임자로서 자해행위였다.”

_남 지사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근본적인 철학과 가치의 차이다. 남 지사는 이른바 금수저 출신으로 기득권을 중심에 두고, 흙수저인 이재명은 다수 서민 중심의 사고를 한다. 버스 준공영제의 경우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핵심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남 지사는 버스 업체를 지원해주자고 하지만 나는 노동자를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용자인 도민을 버스 회사의 공익이사로 참여할 수 있게 하자고 요구하는데 남 지사는 자율경영에 맡기라고 한다.”

_가장 큰 업적이라고 자평하는 ‘이재명식 복지’는 무엇인가.

“무조건 퍼주기가 아니라 연구를 통해서 저비용 고효율의 정책을 만들고, 시민들이 체감하게 하는 거다. 만 24세 청년에게 지역화폐로 연간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 배당’은 가장 큰 보람이었다. 청년 배당 예산은 성남시 전체예산 2조원의 0.5%인 100억 원이고 수혜자도 1만 명에 불과하지만 24세면 누구나 혜택을 보기 때문에 체감 강도가 높다. 지역화폐는 지역 골목상권에 쓰여져 경제 활성화를 돕는 효과도 있다. 복지와 성장이 같이 가는 것이다.”

_경제 분야에서도 포용적 정책을 주장해왔다.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중소기업 정책에 집중할 생각이다. 조세 부담도 실질적 형평이 가능하도록 재분배 정책을 잘 써야 한다. 힘센 소수의 대기업을 집중 지원할 것인가, 중소기업ㆍ창업지원, 노동환경 개선 등 다수가 경제에 참여하고 활성화되는 방식으로 갈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다.”

_선거 슬로건이 ‘새로운 경기’다. 어떤 모습인가.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는 시대다. 과거 경기도는 서울의 변두리, 중앙정부의 이용물에 불과했다. 서울 위주로 경기 북부에 주거, 남부에는 산업단지를 만들었지만 경기도 입장에선 주거와 직장이 분리돼 생기는 비효율과 남북 격차가 엄청나다. 서울에 희생당하는 경기도가 아닌 서울과 경쟁하는 경기도를 만들 자신이 있다. 서울은 할 일이 제한적이지만 경기도엔 빈칸이 많다.”

_경기지사의 중요한 덕목으로 조정 능력을 꼽는데 이재명은 타협이 없고 과격하다는 평가가 있다.

“나는 원래 싸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성남시장으로 재직한 8년간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였다. 치열하게 싸웠기 때문에 성남시는 발전했지만 개인 이재명에겐 불안하고 과격하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평화의 시대에 싸우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한데 왜 싸우겠나.”

_인기가 많지만 안티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조폭 출신 기업인과의 유착 의혹이 나왔고 의문의 트위터 계정이 부인 김혜경씨의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공무를 수행하는 시장 입장에서는 지역에 공헌하겠다고 감수하는 기업을 모른 척 할 수 없다. 사장이 어떤 일이 했는지 알 수도 없고, 알아내려고 하는 것도 불법이다. 우연적 요소를 놓고 조폭에 연루됐다고 몰아가는 정치적 프레임에 국민은 속지 않는다. 아내에 대한 흑색선전에는 할 수 있는 모든 해명을 했다. 그걸 종합해서 국민이 판단해줄 것으로 믿는다.”

_차기 대권의 디딤돌로 경기지사에 도전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 대리인인 머슴들끼리 올해 농사가 끝나기도 전에 내년 농사의 보직을 정하는 것처럼 허망한 일도 없다. 머슴의 내년 보직은 올해 농사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 전적으로 국민의 뜻에 달린 일이다.”

●이재명은

1964년생 경북 안동 출신으로 중ㆍ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1982년 중앙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 18기로 졸업해 경기 이천시, 광주시에서 시국사건ㆍ노동사건 변론을 맡으며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하고 2010년 성남시장에 도전해 당선,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수원=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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