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제3의 ‘비밀 장소’ 은닉 의혹
전시실 포함 집 압수수색 빈손
명품 등 사전에 숨겼을 가능성
관세청이 해외에서 고가의 명품 등을 들여오며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고가의 미술 작품이 단 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조양호 회장 부부가 자택 공간의 상당 부분을 미술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전에 밀수품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조 회장 평창동 자택의 건축물대장과 건물ㆍ토지등기부 등본 등에 따르면 조 회장 자택(연면적 1,403㎡ㆍ지하2층~지상3층) 중 15%인 220㎡는 거주 공간이 아닌 ‘기타전시장’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기타전시장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지상 1층(70.92㎡)과 지하 2층(130.99㎡), 지하 3층(18.09㎡) 등 총 3개 층에 걸쳐 있다.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 씨는 이 공간을 미술전시실로 활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관세청 인천세관본부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조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고가의 미술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하 2층 일부 공간에서 그림 몇 점이 발견되긴 했지만 한진 측은 이씨가 직접 그렸거나 이씨의 대학 후배들 요청으로 구매한 작품들이라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조 회장 일가가 밀수ㆍ탈세 수사에 대비해 주요 물품을 ‘제3의 장소’에 은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영문 관세청장도 최근 “(조사 전에) 조금 치웠지 않나 하고 의심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진 측의 미술품 불법 반입ㆍ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텔레그램 제보방을 열어놓고 관련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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