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중국산에 국내 시장 빼앗겨
시력 보호-식물 성장 촉진 등
기능 세분화해 세계 시장 공략
삼성은 첫 LED 영화관까지 선봬
전기를 통하면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는 2000년대 초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받았다. 국내 대기업들은 세계 최초로 청색 및 백색 LED를 개발한 일본 니치아화학공업 등과의 특허소송 끝에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2011년 LED 조명기구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며 대기업이 철수하자, 저가의 중국산 LED가 국내 시장을 휩쓸었다. 2015년 중기적합 업종에서 LED가 제외됐어도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턱밑까지 쫓아왔다.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LED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LED 르네상스’에 나섰다. 차별화된 기술과 다양한 고부가가치 LED 제품이 새로운 무기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LED의 한발 앞선 기술력을 과시하는 대표적인 제품은 특허경영으로 기술력을 쌓아온 서울반도체가 지난해 선보인 ‘썬라이크’다.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미치는 블루라이트(청색광)를 가시광선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춘 썬라이크는 사물의 색상과 질감을 태양빛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표현한다.
썬라이크는 지난 3월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의 조명으로 채택되는 등 해외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는 해외매출 비중이 80%이지만, 한샘 가구에 적용되는 등 국내에서도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LG전자도 지난달 말 스마트조명 ‘세이프블루’ 14종을 출시하며 시장규모가 연간 2조원대인 국내 LED 조명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세이프블루는 빛을 반사해 주변을 밝히는 간접광 기술을 적용, 기존 LED보다 청색광을 약 60% 줄였다. 에너지효율은 40% 이상 높고 최대 5만시간까지 사용 가능한 내구성도 자랑한다. LG전자는 지난 8일 미국에서 열린 2018 국제조명박람회에서 세이프블루를 선보이며 연간 10조원 규모인 북미 LED 조명시장 공략에도 돌입했다.
중기적합업종 지정 전 파주공장에 대대적인 시설투자를 했다 직격탄을 맞은 LG이노텍은 자외선(UV) LED에 전력투구 중이다. UV LED는 물이나 공기 살균, 경화나 노광 장치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광원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출력이 100밀리와트(㎽)인 UV-C LED를 일본보다 2년 앞서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올해는 150㎽, 내년에는 200㎽급을 내놓을 계획이다. LG이노텍은 매출액 기준 글로벌 UV LED 업계 순위에서 지난해 니치아화학공업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2012년 삼성LED를 합병한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식물 성장을 촉진하는 660나노미터(㎚ㆍ1억분의 1m) 파장의 ‘LH351B 레드’를 출시하며 LED 사업 범위를 넓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 시네마 LED ‘오닉스’를 내놓은 데 이어 올 하반기 가로세로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ㆍ100만분의 1m) 이하인 LED 광원으로 만드는 마이크로LED TV도 출시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세계 조명시장에서 2013년 6%에 불과했던 LED 비중이 지난해 35%, 2019년에는 53%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산이 강세지만 기술 경쟁력이 있다면 가치를 창출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글로벌 UV LED 시장은 2016년 1억5,190달러에서 2021년 11억1,780만달러로 팽창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연구원은 “LED가 조명을 넘어 이제는 디스플레이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영상처리 위주로 발전 중이라 국내 산업계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분야”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