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인가요?”라는 문장에서 ‘년’, ‘월’, ‘시’, ‘분’은 관형사 ‘몇’과 함께 쓰지만 왜 ‘며칠’은 ‘몇 일’로 쓰지 않고 ‘며칠’로 적는 것일까?
관형사 ‘몇’ 다음에 모든 단위명사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해 ‘몇 일’이라고 적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말에서 ‘몇 일’이라고 적는 경우는 없고 항상 ‘며칠’로 적는다.
이는 만약 ‘몇 일’이라는 형태가 우리말에 존재한다면 ‘몇 월’을 [며둴]로 발음하는 것처럼 ‘몇 일’도 [며딜]이나 [면닐]로 발음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며칠]로 발음하기 때문에 어원이 ‘몇 일’에서 온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는 ‘한글맞춤법’ 제27항 [붙임 2]의 규정에 따라 ‘몇 일’로 적지 않고 한 단어로 ‘며칠’로 적는다. 이는 ‘부리나케’를 ‘불이 나게’ 혹은 ‘불이 낳게’로 적지 않는 것과 같다.
국립국어원의 ‘국어 어휘 역사’ 자료를 보면 16세기에 ‘며츨’의 형태가 처음 나타난 이후 ‘몃츨’, ‘멷츨’, ‘며칠’, ‘몃칠’, ‘몇칠’, ‘몇일’ 등의 형태가 출현하면서 20세기에는 대부분의 형태가 사용된 것으로 나와 있다. 여기서 ‘몇일’은 1930년 ‘薔薇병’이라는 문헌의 ‘두 주일 이상을 꺽고 가제 나온 것이 불과 몇일 전이였다.’에서 발견되는데, ‘몇일’은 제2음절의 ‘일’을 한자어 ‘일(日)’로 잘못 분석해 표기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하면서 ‘부록 1. 표준어’ 조항에서 ‘며칠’만 취하고 그 밖의 말들은 다 버린다고 하여 ‘며칠’이 표준어로 채택되었고 현재까지 표준어로 사용되고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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