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대기오염ㆍ토양 등 공동연구
중국, 책임 인정한 적 없어 실효 의문
“환경 관련 국내기술 수출 통해
정보 공유하면서 설득해 나가야”
“미세먼지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며 그 이유도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양국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걱정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밝힌 데 대한 리 총리의 답변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양국 의제로 끌어올린 데 이어 올 들어 “한국의 미세먼지 원인에 중국 요인도 있다”며 중국을 잇따라 압박했다. 하지만 중국 측은 “함께 연구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원론적 대응만을 내놓고 있을 뿐 지금까지 한번도 중국의 대기오염 영향에 대해 인정한 적이 없다.
그나마 중국이 우리에게 제시한 당근은 다음달 베이징에 문을 여는 한중환경협력센터다. 다음달 23, 24일 열리는 한중환경장관회의에 맞춰 개소하는 센터는 앞으로 5년간 대기오염뿐 아니라 토양, 물, 폐기물 등 각 환경분야에서 공동연구 등 협력을 하게 된다. 특히 초기에는 한ㆍ중 연구진 20여명이 대기오염 문제를 중심으로 다룰 예정이라 중국발 미세먼지의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와 국민들의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리 총리의 답변이 결과물에 대한 예고편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벌써부터 적지 않다. 중국은 그 동안 각국과의 환경 공조에서 한 발 빼거나 자국의 대기오염 책임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아왔다. 중국이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한 2013년 5개년짜리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언론을 통해 “서울의 스모그 발생원인은 높은 인구 밀도, 대량의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 중국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3월 내외신기자 대상 브리핑에서 ‘한국과 일본이 중국발 스모그에 불만이 많은데 배상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대기오염이 이웃국가에 영향을 주는지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입증 절차가 필요하다”고만 답했다. 또 2개월 뒤 중국환경과학연구원에서 열린 ‘한ㆍ중 공기질공동연구단’의 중국 전문가들도 “스모그 책임을 중국에 돌려선 안 된다”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문 대통령이 방한한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에게 “미세먼지 문제에 중국 요인도 있다”고 밝히자 양 위원은 “대기 오염 문제는 공동으로 노력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게 전부다.
이런 중국 당국자들의 인식 변화 없이는 한중환경협력센터가 출범한다고 해도 의미있는 결과물을 도출해내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최현정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6월 한중협력센터가 생겨도 실질적 효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까지 관련 협력기관이 없어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환경부 관계자조차도 사견임을 전제로 “중국은 자국 내 미세먼지가 40㎍/㎥이하로 내려가기 전까지는 공동연구나 발표 등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이 막대한 금액의 배상을 감내하면서까지 대기오염 책임을 인정할 리는 만무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에 책임을 묻기 보다는 기술협력 등을 앞세우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원영재 서울시밝은하늘운동 정책자문위원은 “중국이 연구나 협력을 통해 자국의 대기오염 영향을 인정하게 되면 국가간 소송 발생시 배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지기 때문에 중국이 책임을 인정할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중국 연구진들이 관심을 보이는 국내 우수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저감기술 등을 수출하는 등 협력하면서 정보공유 등을 설득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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