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 개발에 최소 100조 필요
남북경협 예산 3446억원 불과해
우리 부담 덜고 국제화할 수 있어
靑, 진리췬 AIIB총재에 지원 타진
미중일러 신탁기금 조성 가능성도
북한판 마셜플랜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과연 어떤 통로로 대북 지원과 투자가 이뤄질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막대한 돈이 든다는 데에 있다. 국책기관 등에서 어림잡는 자금은 최소 10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남북협력기금의 실제 사업비는 9,593억원, 이중 남북 경제협력 예산은 3,446억원에 불과하다. 때문에 예산 증액 외에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남북경협의 국제화’를 모색하는 셈이다. 과거 경협은 남과 북 사이에만 이뤄져 정치적 변수에 민감하고 지속성이 떨어졌는데 국제기구가 참여하면 우리 측 비용 부담은 덜고 북한의 국제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참여 가능한 국제기구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이 거론된다. 이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도로, 철도, 발전 분야라는 점에서 남북경협 프로젝트와 이해 관계도 맞아떨어진다. 이미 물밑 작업도 한창이다.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진리췬 AIIB 총재를 면담하고 남북 철도ㆍ가스관 연결 등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타진했다. 진 총재는 “북한은 AIIB 비회원국이지만 이사회 승인을 거치면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며 “북한 비핵화 문제가 북미정상회담에서 총론적으로 합의되면 지원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중국은 압록강, 두만강, 나선 등 북중 접경지역의 사회간접자본 사업에 관심이 커 AIIB를 통한 협력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WB와 ADB 등 사실상 미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개발은행은 총회 승인을 거쳐 회원국으로 가입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북한도 이미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와 ADB, 1998년에는 WB 가입을 타진한 적이 있지만 금융정보 비공개 등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거절 당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북한이 이들 기구의 회원이 될 길도 열릴 수 있다.
국제개발은행으로부터 지원 받는 또 다른 방법은 별도 신탁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 정부와 WB가 함께 ‘북한개발 신탁기금’을 만들고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 여러 국제기구가 자금을 출연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해 유엔과 WB가 공동으로 국제신탁기금을 조성, 관리한 바 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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