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다롄 방문 때 지원 타진
시진핑, 미국과 입장 차 보여
“中, 한반도 정세 관여 의도” 분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초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비핵화 과정에서 경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내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단계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완료된 이후 대북 경제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미국과 온도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정세에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중국 측의 의도로 해석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아는 외교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미국이 비핵화를 종료하면 경제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약속을 지킬지 믿을 수 없다”며 “미국과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한 경우에 중국이 중간 단계에서 경제적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포괄적으로 타결해야 한다”면서 “미국과의 합의로 비핵화에 구체적 진전이 있으면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대의명분이 생긴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북미 간 사전 교섭에서 비핵화 완료 시기와 검증방법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의 대가로 대규모의 경제 지원을 바라는 김 위원장이 미국의 입장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대북 경제 지원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힌 것도 북미 정상회담의 중개역할을 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관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을 만난 직후 김 위원장이 지난 9일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에 응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배경에는 경제 지원에 대한 중국 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요미우리신문의 분석이다. 이에 시 주석이 현재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이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향후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제재 완화 주장을 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북중 접경지대에서는 양국 지방정부 간 교류협력이 활발히 모색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4일 김능오 북한 노동당 평안북도위원장이 최근 중국 측 방문단을 맞아 평안북도와 랴오닝(遼寧)성과 진일보한 교류협력을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올해 들어 북중 고위층의 긴밀해진 교류는 양국 최고지도자의 두 차례에 걸친 역사적 회담에서 합의된 중요 내용 중 일부”라고 밝혔다. 앞서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11~12일 참관단을 이끌고 북한 측 압록강변과 신의주시를 둘러보며 양국 지방 및 민간 교류를 강화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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