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파로 분류됐던 폼페이오
김정은에 ‘위원장’ 붙이며 예우
경제적 보상 청사진도 제시
볼턴은 ‘북핵 국외반출’ 거론
‘北의 결단’ 요구하며 강성 기조
주로 매파로 구성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2기 외교 안보팀에서도 대북 메시지를 두고 강온 기류가 갈리고 있다. 당근과 채찍, 또는 굿캅ㆍ배드캅 전략을 동시에 구사해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방송 프로그램에 동시 출격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에 빠르고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측면에선 다를 바 없지만 강조점을 두고선 온도 차를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초점을 맞춘 것은 “한국과 견줄만한 번영”으로 압축되는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이었다. 그는 사회기반시설 등에 대한 민간 자본의 대규모 투자를 거론하며 북한이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제공될 경제적 보상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며 쌀밥에 고깃국을 먹이겠다는 김일성 주석의 약속도 환기시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위원장(chairman)’이란 직위를 꼬박꼬박 붙여 예우하면서 김 위원장을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로 그렸다. 북미 정상회담도 “근본적으로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김정은’이란 이름만 부른 데서 보듯 볼턴 보좌관은 대북 강성 기조를 이어갔다. 초점을 맞춘 것도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요구로 북한 핵무기의 미국 반출 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ㆍ생화학무기ㆍ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 여러 요구 사항들을 열거했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가 볼 필요가 있는 것은 김정은이 대량살상무기 없이 부유해질 것이란 전략적 결정을 내렸는가”라며 김 위원장의 결단을 평가하는 시험장으로 성격을 규정지었다. 그의 결단이 미진하다고 판단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회담장을 떠날 수 있다는 취지다. 폼페이오 장관이 당근을 들었다면, 볼턴 보좌관은 채찍을 든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안보팀 1기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강성파로 분류된 점이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뒀다면,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폼페이오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은 군사 옵션에 정권 교체까지 거론하며 북한에 대한 압박에 초점을 뒀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국무장관 취임 이후에는 태도를 바꿔 이날도 북한 정권 교체 의사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변신은 트럼프 대통령 코드에 충실한 충성파인데다, 북한과 직접 협상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기에서도 여전한 대북 강온파의 존재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군사옵션에서 직접 대화까지 거리낌 없이 오가면서 판을 휘젓는 협상 전략을 구사하는 데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탄력적인 상태를 좋아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큰 성공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결과가 없다면 회담장을 떠날 것”이란 경고도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