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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등에 업은 이스라엘 vs 강경론 커지는 이란... 전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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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등에 업은 이스라엘 vs 강경론 커지는 이란... 전운 감돈다

입력
2018.05.15 17:03
2면
0 0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하며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유혈 진압

이란 겨냥해선 도발 이어가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도 방조

이란에선 핵합의 비판 거세져

“외교 성과 없을 땐 우라늄 농축”

러시아가 중재 나설 가능성도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14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접경에서 시위를 벌이던 도중 이스라엘군의 사격 및 최루가스 공격을 받아 흩어지고 있다. 가자지구=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14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접경에서 시위를 벌이던 도중 이스라엘군의 사격 및 최루가스 공격을 받아 흩어지고 있다. 가자지구=로이터 연합뉴스

사실상 전세계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는 시리아ㆍ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ㆍ쿠르드 민병대, 미국 주도 서방 국제동맹군과 러시아군이 총망라된 암묵적인 국제 연대의 공세 끝에 영토를 잃었다. 하지만 IS와의 전쟁이 끝난 중동을 곧바로 또 다른 분쟁이 메울 조짐이다. 미국 지지를 등에 업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도발을 이어가고, 이란에서도 강경론이 거세지며 중동 지역 긴장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굳게 손을 잡고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와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등으로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이기도 한 14일(현지시간) 미국은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면서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겠다는 확실한 정치적 제스처를 보였다.

같은 시간 예루살렘에서 불과 80㎞ 떨어진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가자지구에서는 총 12개 장소에서 팔레스타인인 3만5,000여명이 반대 집회를 벌였다. 북쪽 분리 장벽에서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이 충돌해 최소 58명이 숨지고 2,700명 이상이 다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소형 무인기가 시위대 사이로 최루탄을 떨어트리는 끔찍한 진압작전에 숨이 막힌 생후 8개월 갓난아이가 숨졌다는 소식마저 나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강경 진압에 대한 반응은 중동 내부에서마저 엇갈렸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대학살을 저질렀다”고 비난했고,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도 “이스라엘 정권의 잔혹한 학살극이 벌어지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대사관 이전을 축하했고 그의 아랍 공모자들은 관심사를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는 “우리는 팔레스타인인과 함께 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비판하긴 했지만, 미국의 대사관 이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우디와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21개국이 참여한 아랍연맹이 대표로 나서 “아랍과 무슬림 세계에 대한 노골적 공격이자 위험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을 뿐이다. CNN방송은 “결국 사우디의 최대 관심사는 이란이라는 증거”라고 논평했다.

비록 팔레스타인 분쟁 격화 이전이기는 하지만 사우디를 따르는 걸프지역 국가들은 최근 팔레스타인 문제보다 이란 압박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에 동참했을 뿐 아니라 결정적 정보를 제공했고, 바레인은 급기야 칼리드 칼리파 외무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군대 운용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정당화시킨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이처럼 미국 지지와 사우디 등 걸프 국가의 방조 속에 이스라엘은 대 이란 도발을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탈퇴 선언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30일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이란의 비밀 핵 프로그램을 발견했다”며 프레젠테이션 쇼를 벌였고, 선언 직후인 이번 달 8일에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남쪽 근교 키스웨의 ‘이란 군사시설’을 향해 미사일을 날렸다. 시리아 내 이란 주둔군도 시리아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점령지를 향해 반격하면서 이틀 동안 양측이 사실상 직접 포격전을 벌였다.

이스라엘의 반대편에 선 이란에서도 강경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이란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13일 성명을 통해 “미국 등 서방국가와 핵 합의에 서명해 국익을 해쳤다면 이를 주도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솔직히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도 “정부가 내부 역량보다 외부의 힘(서방)에 지나치게 의존했다”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합의의 주체인 로하니 정부는 유럽 등지에 호소하는 합의 사수 외교에 나섰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우라늄 농축에 나설 것이라는 엄포도 내놓은 상태다.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평가되는 이스라엘에 이어 이란마저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사우디 역시 핵무장을 노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중동의 긴장은 최대치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결이 극한으로 치닫지는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이스라엘ㆍ이란ㆍ사우디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양측을 중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위기그룹의 중동 전문가 주스트 힐터만은 미국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러시아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을 적극 막고 나설 것”이라며 “러시아로서는 이스라엘ㆍ이란 사이의 전장이 될 시리아의 안정을 강력한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 거점을 폭격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준비할 때 네타냐후 총리와 연락해 이를 막은 바 있다.

유럽 등 주변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변수다.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강력하게 비판한 국가들 중에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미국의 서방 동맹국도 끼어 있다. 이란의 영향력 확산을 경계하는 레바논과 요르단 역시 미국의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만큼은 강력하게 규탄하며 팔레스타인 편에 섰다. 바로 대량 난민 사태 등 시리아 내전의 여파로 고생해온 이들 중동 국가 입장에서는 미국의 핵 합의 탈퇴에도 불구, 미국ㆍ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이 대화에 나서기를 촉구하는 입장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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