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한인타운)이 노숙인 쉼터 설치 문제를 두고 시끌벅적하다. 노숙인 쉼터 설치를 반대하는 한인 사회와 이에 대한 맞불 시위를 하는 시민단체 간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LA 시의회와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이달 초 한인타운 중심가 주차장에 여성 노숙인 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LA 한인회는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주민 공청회조차 없이 노숙인 쉼터 설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여성 노숙인 쉼터를 지을 부지는 LA 시내 사우스 버몬트 애비뉴 682번지에 있는 주차장 공간이다. 이 주차장은 코리아타운 중심가로 한인이 운영하는 사업장과 학교 등과 가깝다.
한인사회가 노숙인 쉼터 설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는 점이다. 이에 온라인 청원 사이트인 'Change.org'에는 "노숙자 쉼터 설치 반대"를 주장하는 청원이 등장해 16일(한국시간) 기준 8,700여 명이 동의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한인사회를 향해 "이기적"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 또한 큰 상황이다. 미국 시민단체 '쉬더즈(Shedoes)'를 중심으로 한인사회의 시위에 맞불을 놓는 시위가 일어났다.
쉬더즈 측은 "노숙인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은 거냐", "코리아타운은 모두를 위한 곳이지, 누군가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노숙인 쉼터 설치를 반대하는 한인사회를 지적했다.
이에 관해 지미 고메즈(43·민주) 캘리포니아 34지구 연방하원의원은 "기피시설 설립 시 주민 의견 수렴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미주중앙일보에 따르면 고메스 의원은 지난 11일 한인사회 주요 단체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노숙자 쉼터를 지어야 한다면, 모든 커뮤니티에 공평해야 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두 가지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숙인 쉼터 설치를 두고 벌어진 한인 사회와 시민단체의 갈등을 보는 여론도 엇갈리고 있다. LA타임스는 13일 "님비 현상인가, LA시의 외면인가"라는 제목으로 이 사태를 보도했다. 매체는 이번 여성 노숙인 쉼터 설치에 관해 소통의 부재를 지적하는 한편, 부지 선정 과정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LA 시의 입장을 전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을 벌어졌다. 한 네티즌은 최근 임대주택이나 장애인 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국내 님비 현상을 예로 들며 "외국에서도 님비로 지적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왜 백인 밀집 지역에 '노숙인 쉼터'가 없을까? 정치적 힘이 없는 한인타운 사람들이 희생양"이라고 반박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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