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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뉴스] 인력은 그대로, 시간만 쥐어짜는 주52시간?

입력
2018.05.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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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가 당장 두 달 뒤 시행을 앞둔 가운데, 기업들은 ‘초비상 사태’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본래의 취지와는 사뭇 다르게 변질될 가능성들이 속속 보이고 있다는 데요? 사람을 더 뽑을 생각은 않고 있는 근로시간만 쥐어짤 궁리만 하고 있는 기업들의 행태, 한국일보가 짚어봤습니다.

제작 : 박지윤 기자

“지금부터 집중근무 시간입니다. 오후 5시 정시 퇴근을 위해 회의, 흡연, 티타임 등 업무에 방해되는 행동을 삼가길 바랍니다.” 매일 오전 10시 신세계의는 사내방송. 먼저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신세계는 흡연실도 잠가두고,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일 정도라고 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당장 두 달 뒤부터 시행되는데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상 기업들은 실제 일하지 않은 시간을 발라내고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시스템 마련에 분주합니다. 일명 쥐어짜기를 통한 ‘근로 통제’가 강화되는 추세랍니다. 

실제로 LG전자의 업무용 컴퓨터엔 개인 시간 입력 항목이 새롭게 생겨났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등 업무 이외의 일을 할 때는 10분 단위로 하루 최대 4시간을 근무시간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현대자동차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 중이죠.

정작 ‘수혜자’인 근로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업무 부담을 나눌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고 하는 일의 양도 예전과 똑같은데... 근로시간만 어떻게든 줄이라고 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근태관리까지 깐깐해지면서 불만은 폭발합니다. "화장실에 가는 건 생리적인 현상인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조업체 종사자 신모(35)씨.

“위에서 눈치를 줘 부서 별로 경쟁적으로 근무시간을 차감하는 분위기도 있어요” 제조업체 종사자 김모(43)씨. 심지어는 각 부서별로 직원의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할 경우 임원에게 불이익이 주어지는 탓에 실제 사용하지도 않은 개인 시간을 일단 차감해두는 변칙 운영이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후 7시가 되면 퇴근 여부에 상관없이 출ㆍ퇴근 기록 카드를 걷어가서 일괄적으로 처리해 버려요. 이제 그나마 나오던 야근수당도 못 받게 생겼습니다.” 전자업체에서 근무하는 윤모(28)씨. 이렇게 한술 더 떠 퇴근을 못하고 잔업을 처리하는데도 퇴근 카드를 미리 찍어두라 회사가 강요하기도 합니다

퇴근시간을 맞추려 오히려 아침 근무를 늘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납니다."새벽 3~4시에 출근합니다. 할 일은 그대로니까... 저희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제품을 내놓기 전 장시간 일하는 관행이 일반적이라 이 같은 부작용이 흔할 수밖에요.” 개발자 윤모(33)씨.

IT업계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금융업계도 비슷한 고충에 시달립니다. “일이 몰릴 때는 휴가를 간 직원까지 나와서 업무를 봐야 겨우 시간에 맞출 정도인데 본사에선 어서 퇴근하라 재촉하니 차라리 아침에 일찍 나오는 거죠 뭐.”국내 대형은행 이모(30) 대리

점심시간도 확 쪼그라들었습니다. 1시간이 30분으로 준 것. 구내식당에서 후다닥 해결해야 합니다. "아예 부서장이 도시락을 싸와 사무실 안에서 먹자고 하는 부서도 있어요.”유통업계에 종사하는 김모(34)씨.

근로시간 단축은 고용을 늘려 일을 나누는 작업이 병행돼야 근무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은 근로시간 쥐어짜기에 더 골몰할 뿐 인력 충원에는 미온적입니다. 

형식적으로 52시간을 맞추기 위해 편법이 난무하는 상황.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본래의 목적과는 한참 떨어진 '껍데기 제도'가 되지 않으려면, 본질에 대한 재고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원문 :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제작: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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