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그리스와 합의
1991년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한 이래 ‘마케도니아’라는 나라 이름을 놓고 그리스와 27년간 대립해 온 마케도니아 공화국이 새 이름에 합의했다.
조란 자에프 마케도니아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일린덴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는 데 양측이 합의했으며, 이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린덴이란 명칭은 1903년 8월2일 터키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며 일어난 ‘일린덴 봉기’에서 왔다. 일린덴 봉기는 한국의 ‘3ㆍ1절’격 사건으로 봉기 자체는 실패로 끝났지만 마케도니아 민족 독립투쟁의 시초가 됐다.
자에프 총리는 일린덴 마케도니아란 국호가 그리스와의 영토 분쟁 가능성을 제거하면서도 “마케도니아 정체성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국호라면서 마케도니아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도 같은 날 의회 연설에서 직접적으로 마케도니아의 국호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마케도니아와 합의에 가까워졌다며 “우리는 이 역사적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합의는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그리스 정부가 마케도니아는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란 기존 이름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라, 양국 간 관계 개선 이전에 마케도니아가 바뀐 이름을 헌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양국 야당의 반대 입장도 변수다. 그리스 야당인 신민주주의당과 공산당 등은 일린덴 마케도니아란 명칭도 여전히 영토 확장 야욕을 꺾지 않은 것이라며 반발했다. 마케도니아 야당인 내부 마케도니아 혁명기구-마케도니아 국민통합민주당(VMRO-DPMNE)의 흐리스티얀 미츠코스키 대표 역시 자에프 총리와의 면담 후 “국호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1991년 마케도니아 독립 직후부터 그리스 북부 영토의 마케도니아 지방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면서 마케도니아란 국호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양국의 분쟁은 1995년 마케도니아가 국제적으로는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이란 이름을 쓰기로 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후 마케도니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할 때 그리스가 반발하는 등 분쟁이 계속돼 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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