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대병원서 발인 엄수
범LG 인사들 참석해 고인 추모
가족들만 곁을 지키며 수목장
구광모 상무는 내달 말 등기이사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관을 실은 운구차가 천천히 움직이자 상복을 입은 유가족 및 LG그룹 고위 임원 100여명은 일제히 머리를 숙여 고인을 배웅했다. 소탈했던 고인의 평소 삶처럼 조용하고 담담한 3분여의 짧은 이별이었다.
22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구본무 회장의 발인이 엄수됐다. 영정사진을 들고 앞장선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뒤로 고인을 직접 보필한 전 비서진과 그룹 직원들이 운구를 했다.
외아들인 구광모(40) LG전자 상무와 고인의 동생 구본능(69)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67) LG 부회장, 구본식(61) 희성그룹 부회장 등이 침통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랐다. 6명의 LG 부회장단과 범LG가 인사들 대부분이 이날 발인식에 참석했다.
관이 천천히 운구차에 오르자 가장 앞에 손을 모으고 선 구 상무 뒤로 유가족과 LG그룹 고위 임원들이 나란히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얼굴이 붉어진 구본능 회장은 눈가를 훔쳤고, 구본준 부회장은 울음을 참으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코를 매만졌다. 마지막 인사로 운구차를 향해 두 번 반절을 올리는 동안 일부 여성 유가족들은 눈물을 쏟아내며 오열했다.
상주인 구 상무와 사위 윤 대표가 탄 운구차량은 오전 8시 33분쯤 장례식장을 떠났다. 남은 유가족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슬픔을 나누거나, 준비된 차량을 타고 고인의 장지로 출발했다.
고인의 유해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경기 광주시 곤지암 인근에 잠들 예정이다. 구 회장의 평소 뜻에 따라 장례는 가족들만 참석한 채 수목장으로 치러진다. 고인은 별세 전 “나 때문에 번거롭게 하거나 폐를 끼치지 싫다”는 이유로 장례를 비공개 가족장으로 하라는 유지를 남겼다. 발인식에 모습을 드러낸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재벌가에서) 이렇게 간소하게 수목장을 지내는 것은 처음 보는 듯 하다”며 고인을 기렸다.
구 회장은 지난 20일 오전 9시 52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뇌종양을 발견한 뒤 1년여간 투병생활을 해왔지만 끝내 영면했다.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평소 뜻에 따라 고인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히 눈을 감았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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