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여건 충족 안되면 회담 안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 정상회담 성공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회담은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됐고, 의제는 북미 정상회담 성공 단 한 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배석자 없이 단독회담을 가진 데 이어 확대회담 겸 업무오찬까지 2시간여 동안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4번째 한미 정상회담이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구체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또 4ㆍ27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선언에서 합의된 대로 ‘완전한 비핵화’ 이행 시 북한에 ‘밝은 미래’를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협의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과 이에 호응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에 의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며 “우리는 어렵게 마련된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국과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하기 위해 ‘빛 샐 틈 없는 공조’를 추진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시작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원하는 여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6월에 (회담이) 진행되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열리지 않으면 아마 다음 번에 열릴 것이다”며 “열리면 좋은 것이고 안 열려도 괜찮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에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2일 미국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 의제는) 6ㆍ12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고 중요한 합의를 이룰 수 있게 할지, 그 합의를 어떻게 잘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대개 정상회담은 사전에 많은 조율이 있고 합의문도 사전조율이 끝나는 게 관행이지만 이번은 그런 게 일절 없이 두 가지 토픽만 갖고 만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이 아직 성사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는“북미 정상회담은 지금 99.9% 성사된 것으로 본다. 다만 여러 가능성이 있을 수 있어 대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 실장은 북한의 최근 미국 및 한국 비난 메시지와 관련, “북한 측 입장에서 우리가 좀 이해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북한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워싱턴=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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