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해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북측의 거부로 귀국했던 남측 기자단이 23일 우여곡절 끝에 방북하게 됐다.
통일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정부는 오늘 판문점 개시 통화 시 북측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현장을 방문해 취재할 우리 측 2개 언론사(뉴스1, MBC) 기자의 명단을 북측에 통보했다"며 "북측은 이를 접수했다"고 공지했다.
한국을 제외한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취재진이 전날(22일) 이미 고려항공 전세기를 통해 방북하며 대부분 남측 취재진의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는 어려워졌다고 판단했으나 막판에 극적으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핵실험장 폐기시 남측 언론인 초청을 구두로 약속한 이후 번복하는 과정을 거치며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펼쳐왔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중 기상 상황을 고려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진행할 것이라며 행사에 남측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언론에 취재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 때만 해도 남북 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모든 것이 예정대로 순탄하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됐다.
15일에는 북한이 남측의 1개 통신사와 1개 방송사의 기자를 각각 4명씩 초청한다고 우리측에 통보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북한이 개최 10시간을 앞두고 돌연 무기한 연기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알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핵 포기만 강요하려든다면 대화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표면적으로 전한 고위급회담 연기의 이유는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의 진행이었지만 일각에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술이란 분석도 나왔다.
갑작스레 경색된 남북 관계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던 18일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참석할 남측 기자단 명단을 정부가 발송했으나 북한이 이를 접수하지 않으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북한이 예고한 핵실험장 폐기 행사(23~25일)를 불과 닷새 앞으로 남겨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이에 일각에선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 일정 자체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관측마저 나왔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던 정부는 21일 오전 9시 판문점 연락채널 업무를 시작하며 남측 기자단 명단을 재통보했지만 오후 5시를 전후로 연락채널 업무가 종료될 때까지도 북한은 여전히 접수하지 않았다.
그 사이 남측 기자단은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진 집결지인 베이징으로 향했다. 북한이 22일 오전이라도 마음을 바꿔 접수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22일까지도 접수를 끝내 거부했고 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 남측 기자단은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배제될 것이 사실상 확실해보였으나 정부는 23일 오전 판문점 개시 통화를 하면서도 명단을 전달했고 북한이 이를 극적으로 접수했다.
북한이 마지막에 왜 갑자기 방침을 바꿨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알려진 바 없다.
남측 공동취재단은 이날 오후 12시30분께 성남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원산으 로 떠났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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